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퇴거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결정되면 사전에 알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오후 6시 이전에 나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날 삼성동 자택에는 벽걸이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 속속 도착했다. 인터넷도 설치됐다. 박 전 대통령의 입주를 위한 사전 작업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배는 이미 전날 마무리한 상태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선 13일 퇴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날 퇴거할 경우 준비 일정을 서둘러 앞당긴 결과로 보인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민간인 신분으로 입장 표명도 없이 계속 청와대에 머무는 것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동 사저 주변은 지지자들이 속속 집결해 경찰, 취재진 등과 함께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 전 대통령을 마중하러 왔다는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과격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사저 앞의 혼란스러움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의 복귀를 위한 정비작업도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40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삼성동 사저 앞을 찾아와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저로 향하는 골목에는 ‘박근혜 국민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붙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대통령은 죄가 없다”고 소리를 지르며 호루라기를 불었다.
태극기를 들고 가장 먼저 이곳을 찾은 이모(64)씨는 “박 전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위로하기 위해서 왔다”며 “탄핵결과에 대해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수용하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해서는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후가 되면서 탄핵무효를 외치는 시민들은 계속 늘어났다.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0개 중대를 배치했다. 흥분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법탄핵, 헌재해체’를 연호했다. 차량 통행과 주민 안전을 위해 폴리스라인을 설치한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기자들에게는 “종북 좌파 언론 물러가라”며 카메라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소란이 계속되자 주민들까지 밖으로 나왔다. 대부분은 상황을 잠시 관망한 뒤 혼잡스러운 상황을 피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삼성동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이모(60·여)씨는 “국민이 뽑은 박 전 대통령을 헌법재판소가 쫓아낸 것”이라며 “실수는 보듬고 임기를 채우게는 했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인근에 거주한지 4년 됐다는 정모(56)씨는 “탄핵되는 게 맞았다”며 “이웃주민으로서는 김치라도 싸다줄 수 있으나 이웃과 대통령은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전 11시쯤 도착한 인터넷 설치 기사들은 50여분이 지난 뒤 케이블 등 장비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취재진이 몰리자 이들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로 “인터넷 설치를 하고 왔다”며 “그것도 집 안까지는 못 들어갔다”고 말했다. 내부 상황을 묻자 “안에는 경호팀밖에 없더라”고 덧붙였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