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속 마지막 촛불…"새로운 여정의 시작…민주주의 성장시키자"

입력 2017-03-11 22:22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다음날인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탄핵찬성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탄핵인용 축하의 폭죽이 터지고 있다. 사진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후 첫 주말인 11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려 축제 분위기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20차 범국민행동'을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매주 열렸던 촛불집회는 134일간 한결같이 주장한 탄핵을 성공리에 이끌어낸 뒤라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65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환호하고 기뻐했다. 1시간가량 시민 자유발언으로 이뤄진 1부 행사 뒤 이어진 2부 집회는 촛불권리선언문 발표와 시민 자유발언, 무대 공연, '촛불승리' 기념 폭죽과 파도타기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됐다. 

기조발언에 나선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압도적인 민심으로 탄핵을 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열망한 국민 모두의 승리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한 민중의 힘을 확인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김광일 퇴진행동 집회기획팀장은 "지난해 10월29일부터 134일, 1년의 3분의 1 기간동안 연인원 1600만명이 싸웠다. 야당이 갈팡질팡할 때 12월3일 200만이 횃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탄핵소추안 가결을 끌어냈다. 1000여명의 발언과 100여팀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며 지난 촛불집회를 돌아봤다.

시민들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데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뉴시스에 따르면 매주 집회 자원봉사를 해온
자원봉사자 방소희(19·여)씨는 "지난해 수능이 끝나고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수험생활 끝나고 놀고 싶은 욕구 참고 나온 이유는 내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었다"며 "대선이 다가온다. 청년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높은 20대 투표율을 기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촛불권리선언문' 낭독에 나선 시민들은 "우리가 함께 밝힌 촛불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권력을 독점한 소수 세력에게 유린당하고 조롱당하는 참담한 현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였다"면서 "촛불시민은 그 어떤 울음과 아픔도 함께 끌어안으며 공감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또 "촛불시민은 부당한 권력을 탄핵시키는 것이 끝이 아니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임을 안다"면서 "아래로부터 민주주의의 역량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말미엔 일제히 하늘로 폭죽을 쏘아올려 촛불과 보라색 불꽃으로 밤하늘을 비추는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본집회를 마친 뒤엔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청와대 분수대까지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행진 뒤 오후 8시께부턴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승리 콘서트'가 진행됐다. 이날 무대에는 전인권, 뜨거운 감자, 우리나라, 한영애, 조PD 등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공연을 모인 가수들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퇴진행동은 앞으로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공범자 처벌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등에 주력한다.

퇴진행동은 오는 25일, 4월15일 촛불집회를 여는 데 이어 앞으로는 중대한 사안 발생시 필요에 따라 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