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좌충우돌] 3.<단독>탄핵 마지막 숫자 12의 퍼즐이 풀렸다…헌재 선고문에 비밀 담겨

입력 2017-03-10 15:29 수정 2017-03-13 11:04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탄핵숫자 마지막 12의 비밀은 이 권한대행이 낭독한 선고문 안에 숨어 있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관한 마지막 숫자의 퍼즐이 풀렸다. 1·234·56·7·8·9·10·11. 숫자 1부터 11까지는 이미 나왔다. 하지만 시계의 마지막 시각을 가리키는 12시처럼, 1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처럼 탄핵숫자를 완성하는 마지막 ‘12’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는 순간 그 숫자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대통령 박근혜 파면’ 선고 요지 전문에 숫자의 비밀이 감춰져 있었다.

탄핵숫자는 발의된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다음날인 9일 국회에서 가결될 때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표결 불참) 1명, 무효표 7개로 통과됐다. 이들 숫자를 앞뒤로 붙이면 1·234·56·7이 나온다. 여기에 보고된 날 8과 가결한 날 9를 연결하면 1∼8·9가 된다.

헌재가 지난 8일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3월 10일로, 선고시간을 오전 11시로 확정지으면서 숫자 10과 11도 모습을 드러냈다. 일련번호 1∼10·11이 만들어진 것이다. 11은 헌재가 통상적 선고시간인 오전 10시가 아닌 11시로 늦춰 잡았기에 가능한 숫자였다. 그 후 마지막 숫자 12의 행방이 묘연했다.

그 12는 선고 요지문 안에 꽁꽁 숨어 있었다. 그 주인공은 ‘국민’이었다. 이 권한대행이 선고 요지문을 낭독할 때 ‘국민’이란 단어를 언급한 횟수가 바로 12번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저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 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상실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이처럼 ‘국민’이란 단어가 딱 12번 나오면서 대망의 숫자는 완성됐다. 1·234·56·7·8·9·10·11·12. 탄핵은 국민의 촛불혁명으로 시작돼 헌재를 통한 국민의 명령으로 완성된다는 의미가 오롯이 담겨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뜻이다. 기막힌 우연일까. ‘우주의 기운’이 신비롭기만 하다.

탄핵안 불참자 1명
탄핵안 찬성 의원 234명
탄핵안 반대 의원 56명
탄핵안 무효표 7개
탄핵안 보고된 날 8일
탄핵안 가결한 날 9일
탄핵선고 날짜 10일
탄핵선고 시간 11시
탄핵선고문 ‘국민’ 언급 횟수 12번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