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민심을 거스르지 않았다. 헌재는 그간 국민적 초관심사인 ‘사회정치적 사건’에서 국민 여론을 충실히 따랐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도의 ‘정치적 사법기관’답게 여론을 좇은 것이다.
헌재가 그동안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 대표적 사건은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 사형제도, 낙태금지,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노무현 대통령 탄핵, 김영란법 등이다. 몇몇 사건의 경우에는 헌재 결정문에도 다수의견 또는 소수의견 부분에 ‘여론’이 언급돼 있다.
가장 최근인 2016년 7월 김영란법에 대한 합헌(7대 2 합헌) 결정이 내려졌을 때에는 결정문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에 비춰볼 때’라고 기재된 대로 찬성여론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 당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직후인 2016년 5월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이 66%였다.
2004년 10월 노무현 정부 당시 수도 이전과 관련된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을 위헌(8대 1 위헌)이라고 판시했을 때도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60% 내외’라는 언급이 결정문에 들어가 있다. 2004년 5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탄핵 기각’도 헌재가 여론을 결과적으로 존중했다. 결정문 내용에는 여론과 관련된 언급이 없지만 당시 탄핵반대 여론은 70% 이상이었다. 그에 앞서 4월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선 국회 탄핵안에 대한 국민적 분노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반면 제1당이던 한나라당은 완패, 제2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런 여론이 헌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탄핵 찬성이 80% 안팎에 이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헌재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 탄핵 인용이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