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오승환이 살려낸 전패 위기의 韓 야구

입력 2017-03-09 23:49 수정 2017-03-10 00:04
오승환이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과의 A조 최종전에서 9회말 8-8 동점 상황에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끝판왕’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3전 전패의 위기에 놓였던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을 구출해냈다. 한국은 2013년에 이어 2회 연속 대회 1라운드 탈락으로 각종 위기설에 휩싸였지만 오승환의 활약 덕분에 귀중한 1승을 챙긴 채 대회를 마쳤다.

 한국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1라운드 대만과의 A조 최종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11대 8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첫 승을 챙김과 동시에 A조 3위(1승 2패)로 WBC 일정을 매듭지었다. 대만은 3전 전패로 최하위로 대회를 끝마쳤다.

오승환은 이날 8-8로 팽팽히 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이현승이 장즈시엔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한국이 3전 전패의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오승환에게 흔들림이란 없었다. 린즈셩을 삼진으로 잡아낸 오승환은 린이취엔을 고의사구로 걸렀다. 이어 가오궈후이와 천용지를 삼진과 뜬공으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9회를 매듭지었다. 오승환이 급한 불을 꺼준 덕분에 한국은 연장 10회초 김태균의 투런포 등을 포함해 3점을 뽑아내며 앞서갈 수 있었다.

오승환은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대타 쉬지홍을 삼진 처리한 뒤 린저슈엔과 후친롱을 모두 땅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오승환은 이날 2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하며 1고의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지난 6일 이스라엘전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당시 오승환은 1-1로 맞선 8회 조기 투입돼 2사 만루 위기를 막는 등 1⅓이닝 3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이번 WBC 2경기에서 총 3⅓이닝 1피안타 6탈삼진 1볼넷 무실점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한국 대표팀은 사실 오승환 발탁 여부를 두고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계속된 고민 끝에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고 오승환을 뽑았다. 그리고 오승환은 자신이 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어야 했는지 이유를 확실히 증명해보였다. 대만과의 최종전까지 한국 투수들의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유일하게 빛난 투수는 오승환뿐이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