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음악공간 스트라디움, 3월말 폐관

입력 2017-03-09 12:37 수정 2017-03-09 20:11
스트라디움 건물 내부와 외관. 스트라디움 제공

새로운 음악문화공간을 표방했던 스트라디움이 오는 31일 폐관한다. 지난 2015년 10월 문을 연지 불과 18개월만이다.

 서울 이태원에 자리잡은 스트라디움은 지상 4층, 지하 1층에 고품질 음향시설을 갖춘 스튜디오와 감상실, 갤러리, 라운지 등으로 구성됐다. 한때 mp3로 시장을 휩쓸었던 아이리버가 만들었다. 아이리버는 2010년대 들어 출시한 휴대용 고음질 플레이어 ‘아스텔앤컨’으로 실적이 개선되자 스트라디움을 만들었다. 박일환 사장의 꿈과 로망에서 비롯됐지만 귀가 예민한 연주자들과 음악 팬들에게 아스텔앤컴을 알리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트라디움 운영이 아스텔앤컴의 판매 촉진으로 연결되지 않자 아이리버의 최대주주로 들어온 SK텔레콤은 최근 폐관을 결정했다. 건물이 들어선 토지 임대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으로 인한 적자 누적을 개선할 방법이 보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스트라디움은 4월부터는 공연이 아예 없다. 2020년까지 토지를 임대한 아이리버는 현재 건물 임차인을 새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이 나오기 전까지 공간 대관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김경진 스트라디움 부관장은 9일 “새로운 음악 감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스트라디움이 이렇게 빨리 문닫게 돼 아쉬울 따름이다. 하드웨어 기기(아스텔앤컨) 판매 활성화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본사 측의 입장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성패 여부를 판단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스트라디움은 그동안 문화예술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돼 왔다. 특히 뮤지션들과의 대화가 있는 공연이나 전문가의 해설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 설계자 샘 도요시마가 설계한 스튜디오에선 국내 정상급 엔지니어들이 레코딩을 담당하는 녹음공간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개관 초부터 고품질 음원 외에 별다른 즐길거리를 찾기 어려워 대중들의 발걸음을 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클래식 관계자는 “스트라디움은 공간의 특성상 대중적인 마케팅을 시행하기 어려웠던데다 프로그램 자체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여서 개관 전부터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면서 “비슷한 문화예술공간으로 근처에 자리잡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가 본사인 현대카드의 적극적 지원으로 유지되는데 비해 스트라디움은 본사인 아이리버의 경영이 좋지 않다보니 문을 닫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