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속도 느린 노인, 인지기능저하 가속 우려”

입력 2017-03-08 10:25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등 보행속도로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가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수면장애센터 신철(사진) 교수 연구팀이 최근 한국인유전체조사사업 중 안산코호트에 참여 중인 성인 2222명을 대상으로 4m 보행 검사와 노인 인지기능 평가 검사를 동시에 진행한 결과, 평균 0.83m/s 속도로 걷는 사람이 평균 1.02m/s 이상 속도로 걷는 사람에 비해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한마디로 걷는 속도가 보통사람보다 느릴 경우 경도인지기능장애,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을 경계해야 하는다는 뜻이다.

4m 보행검사는 시작 지점을 설정한 뒤 일직선으로 4m 떨어진 지점에 도착 지점을 정하고, 평소 걷는 속도로 시작 지점에서 도착 지점에 닿을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건강상 별 문제가 없는 65세 이상 노인의 보행 속도는 평균 1m/s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연구결과 보행속도가 느린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 외에도 수면 중 무호흡 증후군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수면 무호흡 증상이 있는 사람은 더 느린 보행속도을 보여서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보행속도가 느린 수면 무호흡 환자의 경우 인지 기능 저하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일 가능성을 보여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치매 환자가 경도인지장애(MCI) 노인 및 건강한 노인보다 보행속도가 느리다는 스위스 바젤대학병원 운동센터의 연구를 비롯하여 보행 속도가 느려지고 보폭이 짧아지는 것이 기억력 등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이 있다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 노화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 등 다수의 국외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신철 교수는 “걷는 것은 우리 몸의 에너지, 운동 조절, 심장이나 폐, 혈류, 신경이나 근육을 포함하는 다수의 장기 및 근골격계의 복합적인 건강 상태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행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이러한 기능의 손상과 보행에 사용되는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것을 반영할 수 있으므로 성인에서의 보행 속도 감소는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면 무호흡 환자의 경우 운동 조절 기능과 연관되어 있는 전두엽 피질 하부 기능 저하로 인한 인지기능의 감소와 강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과거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번 연구 결과가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뿐 만 아니라 수면 무호흡 자체가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노인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에이지 앤드 에이징(Age and Ageing)’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