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7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주장이 중국에 압박의 빌미를 제공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망포럼' 특강에서 “강력한 대통령 후보 중 한 분은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에 넘기자고 한다”며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배치 논의를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인망포럼은 관계와 학계 인사 200여명이 참여해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를 지원했던 모임이다. 반 전 총장이 지난달 초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외부 행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한국안보문제연구소 강연에서도 “요즘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외교당국이 걱정하는 게 사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라며 “중국의 압력이 노골적으로 나오는데 제가 담당할 일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소신을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제 경험으로 보면 많은 문제의 발단은 정치인들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인이 여야 없이 잘 단합하면 대한민국이 번성하고, 정치인 간에 분열이 생기면 그 나라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잘못되면 경제도 위협을 받게 되고, 안보가 잘못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