큉 교수는 지난 1일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벨트에토스(Weltethos) 재단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루터의 복권과 함께 종교개혁 시기에 교황청이 내린 모든 파면 결정을 취소하고 개신교와 영국 성공회의 성직자 직제와 상호 성만찬에 참여하는 것을 인정하는 등 네 가지 개혁안을 요청했다.
큉 교수의 이번 요청은 ‘칭의론’ 등 개신교와 로마가톨릭 간에 역사적으로 첨예한 신학적 논쟁이 제기됐던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큉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개신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의 분열을 종식하자는 취지를 성명서에 담았다. 그는 “오랜 동안 양 교회 사이에 놓여 있던 갈등의 핵심 주제들을 올해 해소하고 세계화와 세속화 속에서 점차 힘을 잃고 있는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원년으로 삼자”고 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글에서 ‘실행(tat)’이라는 단어를 두 차례 사용하며 강조했다. 이는 종교개혁이 있던 16세기 이후 수차례 진행됐던 양 교회의 화해 시도를 이제는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스위스 출신인 큉 교수는 로마가톨릭의 사제이자 신학자이지만 교황에겐 흠이 없다는 ‘교황무오설’을 부정한 뒤 교황청으로부터 가톨릭 신학을 가르치는 자격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왕성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며 개신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
장신대 박성규(조직신학) 교수는 “큉 교수는 1999년 루터교회와 교황청의 칭의론에 대한 공동선언을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을 정도로 개신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의 화해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명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세계교회들이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더 진지하게 분열된 교회를 화합하는 데 힘쓰고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자는 요구를 강력하게 천명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