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전 외무차관 “평양 주재 말레이 대사관 철수해야… 단교는 없을 듯”

입력 2017-03-06 07:44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지난달 20일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말레이시아의 전 외무차관이 북한 평양 주재 말레이 대사관의 철수를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말레이를 경화 획득과 유엔 제재 회피의 근거지로 삼아 왔다며 애초부터 잘못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데니스 이그네이셔스 전 말레이 외무차관은 6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없다는 강한 신호로 평양주재 말레이 대사관은 꼭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 외교관계를 단절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평양의 말레이 대사관을 닫는 것으로도 충분히 강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그네이셔스 전 차관은 칠레, 아르헨티나, 캐나다 주재 대사를 역임했고 동아시아 담당 수석 차관보, 유럽 담당 차관, 미주 담당 차관을 두루 거친 외교 전문가다. 1970년대말부터 1980년대초까지 중국 베이징 주재 말레이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여러번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강철 말레이 주재 북한 대사가 말레이의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대해 “외교 수완과 요령이 결여돼 놀랐다”고 말했다. 북한대사가 분노를 표출하며 근거 없는 비난을 하자 말레이 정부가 오히려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그네이셔스 전 차관은 “말레이 정부가 외국 정부를 상대로 이렇게 강하게 반응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두 나라 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말했다. 강 대사가 외교 관례를 벗어난 거친 발언을 한 이유에 대해선 “북한 정부에 보내는 충성 신호”라면서 강 대사의 전임자가 소환된 뒤 처형됐던 것을 지적했다.

이그네이셔스 전 차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말레이 내 북한인 감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비자면제협정 취소는 대북관계 재검토 과정의 첫 단계일 뿐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말레이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는 만큼 외화벌이에 동원된 북한 노동자의 말레이 입국허용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