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간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쳐 온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번 사태의 발단을 이렇게 진단했다. 박 특검은 수사 종료를 계기로 3일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12월 특검의 공식 수사 착수 이래 박 특검이 언론 앞에서 공식적으로 입을 연 건 처음이다.
박 특검은 “‘최순실 사건’은 큰 두 고리가 있는데 하나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대통령을 팔아 국정농단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경유착”이라며 “삼성이나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행위를 자꾸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 많은데 저는 그렇게 안 봤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두 재산 출연이 권력의 압박과 강요 때문이었다는 논리를 폈지만, 특검팀은 처음부터 정격유착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했다는 취지다.
박 특검은 “최씨 입장에서도 기존의 정경유착을 활용한 셈”이라며 “이제는 삼성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고, 정부에서 뭐라고 해도 정당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하니 이렇게 나라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는 ‘최씨는 어떤 사람이었나’는 질문에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촌평했다. 이어 “욕심이 없었다면 그런 일도 할 수 없었을 텐데, 그렇다고 주변에 사람이 많진 않다”고 말했다. 최씨가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었다면 인사 농단도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특검은 “최씨가 국민 앞에 ‘제 불찰로 이렇게 잘못을 했다’고 사죄를 하는 것이 좋았을 텐데 자꾸 아니라고 하니까 안타까웠다”고도 했다.
박 특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가 미완성인 채로 검찰에 넘어가게 된 데에도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면 100% 영장이 나왔을 테지만 (연장 신청 불허로) 보완할 시간이 없었다”며 “검찰은 수사 대상 제한이 없어 수사를 잘할 것이고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대통령 기록물에 속한 것만 봐도 민정수석이 어떻게 직권남용을 했는지를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서류조차 하나도 확보를 못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