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점주인 서점앞 장애인용 경사로를 무조건 철거하라는 시청의 요구에 항의하는 과정을 담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걷는 데 방해된다는 한 시민'의 민원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관련 공무원의 행태가 어이가 없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 사연에 네티즌의 성토와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급기야 한 국회의원까지 나서 돕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박모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지난달 27일부터 경산시청으로부터 '서점에서 인도쪽으로 나와 있는 장애인용 경사로가 통행에 방해된다는 민원이 들어왔으니 철거하라'는 요청을 받은 뒤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을 적어 올렸다. 서점 앞 장애인 경사로를 철거해달라는 한 시민의 민원이 있은 후, 경산시청이 도로법을 근거로 장애인 경사로를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박씨는 도로철도과 공무원은 물론 사회복지과 장애인 복지 담당자와도 장애인용 경사로 설치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고, 이후 자신이 직접 장애인 단체에 문의하고 관련법을 찾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으로부터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방법을 찾아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 사연은 800건 이상 공유됐고, 250개 정도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황당하다"는 댓글이었다.
급기야 국회의원까지 이 글에 댓글을 달았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은 2일 "19대 국회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발의하여 통과된 도로법 개정안을 함께 만든 보좌관이 현재 저희 의원실에 있어 관련법안을 만든 만큼 이 문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면서 "경산시 해당 과의 담당자분들과 통화 등을 통해 이동약자를 보호하려는 도로법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해당 민원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부탁드렸다"고 했다.
또 이후 경사로 설치 허가가 되지 않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으며 해당 법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추후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박씨가 페이스북에 쓴 사연 전문이다.
<장애인용 경사로를 철거하라????>
어제 경산시청 도로철도과에서 공무원이 나왔다. 서점에서 인도쪽으로 나와있는 장애인용 경사로가 통행에 방해된다는 민원이 들어왔으니 철거하라는 것이다.
주출입문에 턱이 있어 휠체어가 드나들기 어렵기에 지체장애인협회의 지원을 받아 애써 설치한 경사로였다. 상황을 설명해도 담당공무원은 요지부동이었다. 도로법에 저촉되는 불법시설물이니 철거를 하든지 점용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용허가를 받기는 힘들 꺼란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설명해도 "자꾸 장애인 장애인 하는데, 그럼 모든 건물에 경사로를 설치해야 하는 거냐"며 오히려 훈계를 하려 든다. 이번주내로 다시 나올테니 그때까지 해결을 하라며 간다. 어이가 없었다.
근처 주민센터에 가서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봐도 잘모는 눈치다.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경산시청 사회복지과 장애인 복지 담당자를 검색해서 전화를 했다.
상황을 설명하자 그는 도로철도과 공무원이 철거하라고 했다면 철거하는게 맞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면 모든 일반가게앞에 설치된 경사로는 다 철거대상이냐고 물으니까 그렇게 단정짓지는 말라고 한발 뺀다.
명색이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라는 자가 상황을 더 알아보고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법이 그렇다, 합당한 행정지도란다.
어이없기가 첩첩산중이다. 상황을 들은 친구가 대구 사람 센터에 자문을 구해보라고 조언을 한다. 2013년에 대구 중구청이 경사로를 대거 철거하거나 도로점용료를 내라고 한 사례가 있다며 기사를 보여준다. 이에 장애인단체가 항의를 했고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정의당 박원석씨가 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내용이다.
즉시 사람센터에 전화를 했다. 당시 대구 중구청의 장애인 경사로 철거 행위에 맞서 싸웠던 활동가가 중요한 정보를 줬다. 2014년 도로법이 개정되어 도로법 시행령 55조 10항에서 도로점용허가를 받을수 있는 시설물에 장애인 경사로가 명시되었다는 것이다. 법이 개정되었다니 천만다행이었다.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이다.
경산시청 허가민원과에 전화를 해서 개정된 도로법에 근거하여 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난색을 표했다. 일단 알아보겠다고 한다. 잠시후 다른 공무원의 전화가 왔다. 현장에 나와 직접 보고 판단하겠단다.
오후에 허가민원과에서 공무원 두사람이 방문했다.
첫째, 가급적이면 도와드리고 싶지만 인도 통행에 방해가 되니 어쩔수가 없단다.
(그러나 실제로 가게 앞 인도는 경사로를 제외하고도 사람이 통행할 만한 충분한 폭이 있다.)
둘째, 민원이 있었고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어렵단다.
(민원을 넣은 사람은 이 일대에서 별일 아닌 것으로 상습적으로 민원을 넣는 사람으로 익히 알려져있다. 공무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악의적인 민원으로 장애인 이동권이 침해받는 상황이라고 항의했다.)
셋째, 나에게 허가를 내주면 이 일대에 경사로를 신청하는 모든 가게에 점용허가를 내줘야하니 안된단다.
(내가 묻고 싶다. 장애인 통행이 어려운 경우라면 경사로를 설치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방향 아닌가)
장애인단체의 지원을 받아 설치를 한 거라니까 그쪽에 근거 법조항을 문의해보란다.
결론적으로 점용허가를 내 줄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대로 가만히 네ᆢ 할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경산시의 장애인 경사로 철거의 전례가 되게 할 수는 없다. 장애인단체와 의논할 것이며
할수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싸울 것이라는 내게 그들은 "그렇게 하시라"며 떠났다.
이것은 시민을 위한 법과 행정이 아니다.
귀찮은 민원을 피하고 싶어하고
책임지기 싫어하는 공무원들의 모습.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시민위에 군림하는
거만한 모습.
화가 난다. 나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수시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얼마나 분하고 또 억울할까.
방법을 찾을 것이다.
싸울 것이다.
열받아 죽겠다ㅠㅠ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