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우리나라 전자·전기산업 발전을 이끈 핵심기지였으나 이후 쇠퇴일로를 걸어왔던 서울 종로 세운상가군 일대가 제조업 기반 4차산업혁명을 이끌 전략적 거점으로 재탄생한다.
청년 스타트업이 입주해 장인들의 기술과 결합하고 IoT(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기술을 적용, 실험·개발부터 실제 제품 제작과 상품화까지 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의 플랫폼’을 역할을 하는 게 목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세운상가 옥상에서 김영종 종로구청장, 협력기관, 세운상가 소유자, 임차인,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다시·세운 프로젝트 창의제조산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3개 분야(보행·산업·공동체 재생)에 대해 총 2단계로 나눠 추진된다.
1단계는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구간이고 2단계는 삼풍상가~풍전호텔~진양상가 구간이다.
우선 청년 스타트업과 메이커의 창업 기반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시가 유치한 4대 전략기관(서울시립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씨즈, 팹랩서울)의 입주공간 2곳이 이날 문을 연다.
장기간 비어있던 아세아상가 3층(약 630㎡)에는 청년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이, 지하 보일러실(약 165㎡)에는 제작·창작 활동이 이뤄지는 제작소가 조성된다.
기술·창업을 교육하는 서울시립대 시티캠퍼스는 두 곳에 모두 강의실을 운영하고 기술·제조 분야 사회적경제 조직을 전방위 지원하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오픈한다.
㈔씨즈는 5년간 300여개 청년 스타트업을 육성한 전문기관으로, 아세아상가 3층에 입주해 장비교육, 시제품 제작, 기술력 향상, 혁신모델 발굴 등을 통해 청년 사회적기업을 인큐베이팅할 예정이다.
이어 5월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보행데크(세운~대림상가 구간) 옆 난간 쪽에 ‘세운 메이커스 큐브'라는 이름의 29개 창업공간이 조성된다.
여기에는 드론개발실, 스마트의료기개발실 등이 만들어져 실제 스타트업이 입주해 창작, 개발 활동을 할 수 있다. 입주기업은 이달 중 모집할 예정이다.
오는 8월에는 입주 공간들을 외부와 연결하는 문화시설 조성이 완료된다. 남산과 종묘가 한눈에 들어오는 세운상가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는 쉼터가 들어선다.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됐던 공중보행교(세운~청계상가)가 다시 선보인다. 옛 초록띠공원은 광장으로 변모하고 지하에는 공사 중 발견된 조선시대 중부관아터와 유적을 현지보존방식으로 전시하는 한양도성 내 최초 전시관이 조성된다.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171개 구역는 세운상가군에서 시작한 창의제조산업 활성화와 연계해 산업과 주거, 문화가 복합된 ‘메이커시티'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세운상가와 종로4가네거리 및 청계4가네거리를 4개 축으로 하는 ‘세운4구역' 3만2223.7㎡는 2023년 역사적 자산과 도심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중앙에 대형광장을 중심으로 호텔, 사무실, 오피스텔 등 상업시설이 연면적 28만㎡ 규모로 들어선다. 보존 가치가 있는 역사건물 8채와 옛 골목길 등 도시조직 일부를 보존해 장소의 역사성과 세계유산인 종묘와 어울리는 경관을 유지한 가운데 개발되는 게 특징이다.
시는 이날 세운4구역의 사업정상화를 선언하고 기본설계안 마련을 위해 추진한 ‘세운4구역 국제지명현상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인 ‘서울세운그라운즈(Seoul Sewoon Grounds)'를 발표했다. 네덜란드 KCAP의 루드 히에테마가 설계한 작품이다.
시는 연내 각종 심의 및 인허가를 완료하고 2021년 착공,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도심제조산업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던 세운상가군이 청년들의 혁신성, 기술장인들의 노하우, 미래기술이 결합해 서울의 미래먹거리를 만들어내는 4차산업혁명 전진기지로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세운4구역이 오랜 갈등 끝에 본궤도에 오르게 된 만큼 지역주민, 문화재청 등과 지속 소통해 차질없이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