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학교서 말을 안 하는 선택적 함구증

입력 2017-03-02 09:51
이호분 연세누리신경과 원장

입학 시즌이다. 특히 집에서 지내다 처음 학교를 가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친구관계다. 아이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으며 그 걱정은 더 커진다. 

대개 수줍음은 타고난 기질인 경우가 많고 이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친구를 못 사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처음에 친구를 사귀는 속도가 늦을 뿐 시간이 지나면 문제없이 친구들과 잘 지내게 된다.

그런데 가끔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집에서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말이 많은 아이인데 집 밖에 나가면, 특히 학교나 유치원에 가면 선택적으로 말을 안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닐 때는 그래도 ‘예, 아니오’ 정도로 간단한 대답 정도는 하다가 학교엘 가면 긴장감이 늘어 아예 입을 닫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부모들은 ‘말을 못하는 언어 장애는 아니니 언젠가는 말을 하겠지’라거나 ‘성격이 수줍어서 그런 거니 기다리면 언젠가는 하겠지’라며 기다려 보지만 대개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이는 내성적 성격의 문제가 아닌 치료를 받아야 할 ‘선택적 함구증(함묵증이라고도 한다)’이라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아이들은 대개 성격에 유연함이 부족하고 다소 강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문제 해결 방식이 경직되어 있다. 게다가 말조차 하지 않으니 사회성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어려서는 말을 하지 않고 몸으로 놀아도 되니 그런대로 친구를 사귀고 어울리는 듯이 보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안 되면 친구들과 상호 작용 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을 차츰 회피하게 되고 사회성 발달도 멈추어 버리는 것이다. 

발표를 하거나 그룹 토론으로 수업이 진행될 경우 참여하기 어려워져 학업이나 인지 발달도 차츰 지연된다. 위축과 자존감 저하는 기본으로 따라가게 된다. 결국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질병 뿐 아니라 그밖에 다른 병명이 나이가 들게 되면서 하나 둘씩 늘어나게 된다. 

다른 증상까지 늘어나면 치료는 점점 복잡해 진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선택적 함구증’은 더더욱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병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면 아무 문제 없이 쉽게 치료될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문제가 보여도 빨리 치료에 돌입한다면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공존 질환이 없을 경우 대개 해결이 쉽다(간혹 언어 지체나 지능문제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들에 대한 치료는 가장 심하게 문제가 나타나는 준거 집단, 즉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차근차근 이뤄진다. 조금씩 노출을 늘려가며 단계적으로 말하기를 시도하는 행동치료를 할 수도 있고, 놀이 치료 등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입학을 한 이후에도 증상이 심하거나 아이의 기질적인 요인이 클 경우에는 약물치료도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된다. 빠른 증상 해결이 예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효과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물론 습관성이나 의존성이 없는 약물이다. 

약물로 증상 조절을 단기간에 한 후 가족에 대한 교육과 심리 놀이치료, 사회 기술훈련 등을 하면서 부진해진 정서나 사회성을 보완해 준다.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에 도전해 보자.


이호분 연세누리 정신과 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