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 배우인생 2막… “저 아직 어리잖아요” [인터뷰]

입력 2017-03-01 21:53 수정 2017-03-01 22:08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편안한 차림이었다. 표정에서부터 여유가 묻어났다. 데뷔 이래 내내 함께했던 전 소속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배우 고아라(27)는 사뭇 단단해보였다. 빛나는 그의 두 눈은 이미 저만치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 고아라는 홀가분한 얼굴로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다. “촬영은 작년에 이미 다 마쳤는데 이제야 진짜 끝났다는 느낌이 드네요. 시원섭섭합니다.” 지난 21일 종영한 KBS 2TV ‘화랑’은 그가 처음 경험해본 100%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시청자 입장에서 본방사수했죠. 촬영 장소나 현장 분위기가 자꾸 떠올라서 남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웃음).”

‘화랑’은 신라시대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청춘을 그린 퓨전사극이다. “일단 소재가 굉장히 신선했다”는 고아라는 “실제로 역사 속에 있는 화랑도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퓨전이 가미된 신선한 시도들도 재미있었다. 이런 작품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고아라는 극 중 귀족도 천인도 아닌 신분으로 태어났음에도 당차게 살아가는 아로 역을 맡았다. 선우(박서준)와 삼맥종(박형식)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홍일점이다. 그러나 이들의 삼각 멜로라인이 지지부진하게 전개되면서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항상 (멜로를) 기다리게 했던 것 같긴 해요(웃음). 근데 워낙 다룰 얘기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역사와 정치적인 부분을 다루면서 화랑의 각 인물들도 표현해야 하고, 거기에 멜로에 대한 부분까지 다루려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그런 다양한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조선시대 배경의 영화 ‘조선마술사’(2005)에서도 한복을 입어봤다. 그러나 사극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고아라는 “원래 사극을 좋아한다. 이번 작품에선 예쁜 청춘의 에너지를 공유하고자하는 마음이 컸다”면서 “다음번엔 전통사극에 도전해보고 싶다. 머리에 쪽 틀고 뽀글뽀글 가채를 올리는 거 있지 않나”라고 의욕을 보였다.

중학생이던 2003년 KBS 2TV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고아라는 오래도록 옥림이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이후에는 그저 어여쁜 청춘스타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았다. 전환점이 된 건 tvN ‘응답하라 1994’(응사·2013)였다. 화장기 없이 꾸밈 없는 얼굴로 당당하게 사랑을 찾아가던 성나정은 그의 또 다른 ‘인생 캐릭터’가 됐다.


“많은 분들이 옥림이를 사랑해주셨죠. 아직까지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해요. ‘응답하라’를 하면서도 많은 배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부터가 아닐까 싶어요. 이제부터 더 해볼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서요.”

슬럼프가 왔던 적도 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학교생활을 하면서 인생에 대한 근원적 고민에 휩싸였다.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뇌 또한 깊어졌다. ‘배우로서 나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그래서 학교를 더 열심히 다녔던 것 같아요. 작품을 많이 보고, 시간이 될 때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그때 제가 더 해볼 수 있는 게 뭔지 집중적으로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런 고민들이 쌓인 게 지금의 저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흘러왔죠. 저 아직 어린 나이잖아요. 앞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걸 해보고 싶어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였던 고아라는 지난달 정우성과 이정재가 공동대표로 있는 아티스트컴퍼니로 이적했다. 연기자로서의 자세나 마음가짐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고아라는 “두 선배님의 작품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해온 분들에게 현장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재미있고 솔깃하더라. 더 많은 조언을 얻고 싶었다”고 했다.

“연기관 같은 건 아직 확립해나가는 단계예요. 다만, 다양한 것에 도전해보자는 목표는 데뷔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좀 더 다양한 표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장르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 싶습니다.”

올해 목표를 묻자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좋은 작품으로 또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그래서 대본도 많이 보고 있고요. (빨리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기를 향한 타는 목마름. 배우 고아라의 2막은 힘차게 열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