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 있는 대통령궁에 도착해 수행원들이 받쳐주는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살만 국왕 곁 오른쪽에 모자 쓴 이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왕자들과 정부 각료, 군 관계자, 종교 지도자 등 1500명 규모의 초대형 수행단을 이끌고 아시아 순방길에 나선 살만 국왕 일행은 인도네시아에서 동남아 최대 이슬람 사원 가운데 하나인 이스티클랄 사원을 방문하고 휴양지 발리에서 휴일을 보낼 계획이다. 살만 국왕은 인도네시아를 거쳐 브루나이와 일본, 중국, 몰디브를 차례로 방문한다.
사우디 국왕 방문단은 지난달 27일 첫 방문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정유 및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70억 달러(약 7조91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하고 기타 합작사업 계약도 체결했다. 특히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로 세계 최대 석유 생산업체인 아람코(Aramco·Arabian-American Oil Co)가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의 동남아시아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을 매입하며 말레이시아 경제에 강한 신뢰를 보였다.
살만 국왕의 이번 아시아 순방과 관련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경제협력 파트너로 가치가 높아진 지역의 다양한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예측 불가능해진 미국 정부를 의식해 외교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우디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가 미묘해진 상황에서 서방 일변도의 동맹관계를 탈피해 자주성과 외교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수십 년간 이어진 사우디와 미국의 동맹관계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의 숙적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외교적 냉각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한편 사우디 국왕 방문단은 이번 장기 순방에 전용기용 에스컬레이터 2대와 대형 승용차 2대, 수행단의 할랄(이슬람 율법에 맞춰 생산·조리한 음식) 식품 등 459톤에 이르는 화물을 실어와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사진=AP뉴시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