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에서 설전을 벌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어색한 표정으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전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에서 3개월 만에 돌연 반대 입장으로 선회하고 ‘촛불집회의 배후에 종북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김 전 지사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나란히 선 상황을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고 묘사했다.
전 전 의원은 1일 ‘꿀단지엄마’라는 필명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 블로그에 “외부자들 방송 전 한 컷, 구경하세요”라는 제목으로 8장의 사진을 올렸다. 지난 28일 오후 11시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방송된 시사프로그램 ‘외부자들’ 녹화를 앞두고 촬영한 사진들이다.
전 전 의원은 진행자 남희석,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형환 전 한나라당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고정 출연자들과 더불어 게스트로 출연한 김 전 지사와 대기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올렸다.
전 전 의원의 표정은 유독 김 전 지사와 촬영한 2장의 사진에서 밝지 않았다. 전 전 의원과 김 전 지사는 옛 한나라당에서 같은 목소리를 낸 정치적 동지였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촛불민심이 타오른 지금은 양분된 보수정당의 최전선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전 전 의원은 외부자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김 전 지사를 향해 “어떻게 김 전 지사가 이렇게 될 수 있느냐”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박 대통령이 민심이반을 자초했다. 자유한국당이 먼저 지적했어야 했다. 과거 ‘열혈 정치인 김문수’라면 그랬을 것이다. 지금 김 전 지사가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상황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 전 의원은 방송이 끝나고 12시간쯤 지난 이날 오전 11시45분쯤 블로그에 작성한 글에서 김 전 지사와 촬영한 사진 아래에 “그야말로 서로 불꽃 튀는 격론이었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심란했다. 끝나고 인사하는데 김 전 지사가 사진을 찍자고 했다. 어정쩡한 내 얼굴의 웃음, 내가 봐도 그야말로 웃프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출연자들이 모두 등장한 사진 아래에는 “남희석 MC가 다 함께 한 컷 찍자고 해서… 참 뭐라고 할 수 없는, 모든 이들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는 사진”이라고 했다.
전 전 의원은 프로그램 녹화를 마치고 이어진 회식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도 올렸다. 외부자들에서 박 대통령을 두둔한 김 전 지사의 일관된 입장에 속이 상한 듯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좀 (술을) 마셨다. 마음속에 왜 그렇게 바윗덩이 하나 들어가 있는 듯 했는지, 왜 취하지도 않는지 모르겠다고 혼자 툴툴 거렸다”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