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주민 헌법소원 제기 “남북어민 공동 해상파시 가능할까”

입력 2017-02-28 10:00 수정 2017-02-28 11:10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을 비롯한 서해5도 주민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가 영해법령의 입법부작위에 의한 기본권 침해로 서해5도에 살고 있는 섬 주민들과 어민들이 오랫동안 상시적인 고통을 받아왔다며 28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8일 인천시청 중앙기자실에서 윤대기 인천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이 서해5도 주민 632명이 낸 헌법소원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청구취지와 기자회견을 통해 "서해5도 영해가 아니라 공해상으로 되어 있어 서해5도 주민들과 인천앞바다의 어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박소영 변호사 등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9명은 청구인 박태원 등 632명을 대리해 제출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
청구취지에서 “영해 및 접속수역법(2011년 4월 4일 법률 제10524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2항 및 영해 및 접속법 시행령(2013년 3월 23일 대통령령 제24424호로 개정된 것) 제2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장태원 백령도 선주협회 회장은 “53년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내 나이 만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당하면서도 뱃길이 공해상이라고 생각 못하고 살아왔다”며 “1주일동안 배가 묶여 부친의 임종도 장인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불효를 섬에서 산다는 이유로 짓게 됐다”고 한숨지었다.

이들은 침해된 권리로 헌법 제3조 영토권, 제10조 행복추구권, 제11조 평등권, 제14조 거주·이전의 자유,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 제23조 재산권 등을 제시했다.

영해란 ‘국가의 영토에 접속하고 있는 일정범위의 수역으로서 연안국의 주권이 미치는 국가영역의 일부’인데도 직선기선을 적용할 경우 백령도 등 서해5도와 덕적군도 등이 12해리에서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청구인들은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이하 서해 5도)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로,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영해는 1953년 7월27일 6·25 전쟁 정전협정을 통해 서해 5도가 대한민국 영토로 포함되고, 같은 해 8월30일 유엔이 북방한계선(NLL)을 설정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문제는 현재의 영해선은 1977년 영해법이 제정되면서 확정된 당시 정부가 서해안 수역 영해의 기점을 소령도(옹진군 덕적면)로 정했기 때문에 소령도 이북에 위치한 서해 5도 주변에는 영해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서해 5도 주변 수역은 영해 및 접속수역법 제2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2조에 따라 서해안 수역 기점에 서해 5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0여년 동안 법적으로 대한민국 영해가 아닌 모호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고등학교 사회과부도에 실린 지도 및 정부가 발행한 ‘대한민국 영해 직선기선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점점 증가세인데도 정부는 정작 인력·장비 증강 요구에 대해서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며 오히려 독립기관이었던 해경을 해체해 국민안전처 산하기관으로 역할을 축소하고, 불법조업 중국어선 문제가 증폭된 작년에는 인천에 있던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입법부작위로 인해 강력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부작위의 위헌성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제작한 정부의 공식 영해도인 위 ‘대한민국 영해 직선기선도’에 따르더라도 동해상의 울릉도와 독도까지 영해로 선포되어 있는 반면 서해상은 덕적군도 소령도를 기점으로 서쪽으로 12해리까지만 영해로 선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인천 앞바다는 영해로 선포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 부작위로 인해 침해되는 기본권은 영토권(헌법 제3조),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평등권(헌법 제11조),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재산권(제23조) 등이다.


특히 헌법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등으로 인해 청구인들의 어획량이 감소하고, 서해 수역의 어족자원 자체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및 남획으로 인해 부족해지고 있으며, 중국 어선이 청구인들의 어망 및 어구를 훼손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손해를 끼치고 있어 청구인들은 더 이상 정상적인 어업을 통한 생계유지가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는데도 입법부작위로 인해 청구인들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해 및 접속수역법 제2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2조 별표1 중 서해안 수역 기점에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소연평도를 포함하지 않은 부분, 즉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영토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확인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대기 인천변협 인권위원장은 “40년동안 묵은 문제”라며 “서해교전 당시 영해를 침해한거냐를 질문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은 대통령령에서 아직 서해5도와 인천앞바다를 영해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드배치로 중국과의 외교문제가 대두되면서 중국 어선의 조업 불가수역이 중국어선들의 바다가 됐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은 서해5도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만한 사건”이라며 “지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100년이 가도 바로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반한다는 취지를 인용할 경우 입법부작위에 의한 헌법불합치에 대해 법개정을 명령하게 된다. 

정부는 우리 스스로 영해를 포기한 직선기선 지도를 유엔 총장에게 제출한 상태다. 유엔은 주변국과의 다툼이 없을 경우 정부의 요청을 받아주게 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거론하며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어선이 상주하다시피한 서해5도가 영해인 경우 군사적인 대응도 가능하지만 공해인 경우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