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75. ‘우병우 사단’에 수사 이첩… 우병우는 웃음?

입력 2017-02-27 17:52
박영수 특별검사가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만료에 따라 28일 공식 활동이 종료된다. 뉴시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식 활동은 내일(28일) 종료됩니다. 이에 따라 박 특별검사는 수사기간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 수사기간 만료일부터 3일 이내에 사건을 관할 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 검사장에게 인계해야 합니다(특검법 제9조 5항).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등 미완으로 남은 여러 가지 수사대상이 검찰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특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는 돌고돌아 검찰로 다시 이첩되게 됐습니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을 지금까지의 피의사실로 불구속 기소하는 대신 관련사건 일체를 검찰에 넘길 방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검찰 곳곳에는 ‘우병우 사단’이 포진해 있습니다. 특검팀 그물망도 빠져나갔는데 검찰에서 그에 대한 수사를 잘 할 수 있을까요. 벌써부터 회의적입니다. 우 전 수석이 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식 수사 69일째(2월 27일 월요일)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수사기한 종료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피의자 일괄 기소… 우병우는 검찰 이첩=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오늘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입건되거나 고발된 피의자들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검토한 후 내일 최종적으로 일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내일 추가 기소될 피의자들은 10∼15명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이미 기소된 피의자 13명을 포함해 기소대상자가 30명에 육박하게 돼 역대 특검 중에서는 최대 규모가 됩니다. 특검 역사가 새로 쓰이게 되는 셈이죠. 아울러 최종 수사결과 발표일은 3월 2일 또는 3일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 관계자들도 대부분 기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 기소되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이 대부분 불구속 기소됩니다. 이 대변인은 삼성 임원진 신병처리와 관련해 “입건된 사람들 대부분 기소할 것으로 보는데 최종적으로는 내일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도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을 전부 정리해 추가 기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경우에는 밤늦게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면 내일 중 기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행정관에 대한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습니다. 이 행정관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습니다. ‘비선 진료’를 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 행정관은 차명폰을 70여대나 만들어 박 대통령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윤전추 행정관, 최순실씨 등에게 전달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고 하는군요.

현 정권의 실세였던 우병우 전 수석의 경우는 다르게 처리합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혐의사실을 보강해 불구속 기소하는 대신에 사건 일체를 검찰에 인계한다고 합니다. 이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들어보죠. “우병우에 대해서는 특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특검에서 조사하고 영장 청구한 피의사실을 기준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과 지금까지 수사한 모든 사안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검찰로 이첩하는 방안이다,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방안에 있어서 장단점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특검에서 수사했을 경우에 수사대상의 제한과 그리고 지금 기소할 경우에는 다른 개인적 비리에 대해 조사가 되지 못한다는 염려 때문에 현재로서는 모든 사안을 종합해 검찰로 이첩하는 방안에 약간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적인 결정은 내일 할 예정이다.”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완전히 재수사를 하도록 하는 그림이죠. 여러 의혹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병우 사단’이 포진하고 있는 검찰에서 수사가 제대로 될까요. 개과천선했다면 강수를 둘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검찰의 후속 수사를 지켜봐야겠죠. 이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검찰로 이첩했을 경우 처리가 잘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는 걸로 안다”며 “특검에서 수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이첩받는 검찰이 잘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답변은 단순한 희망을 피력한 것이겠죠.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특별검사팀 수사기한 종료로 검찰에 이어 특검 조사도 피해갔다. 27일 헌법재판소의 최종 변론 기일에도 나가지 않았다. 국민일보DB

#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된 결정적 이유는 ‘녹화·녹음’=이 대변인은 그간 비공개했던 박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 이유도 자세히 밝혔습니다. 최종적으로 무산된 배경에는 조사과정에서의 녹음·녹화 부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추가 협의 때 대통령 측이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해 대면조사가 성사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 대변인은 모두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1차) 대면조사 거부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조사 진행을 위해 대통령 측과 몇 차례 추가협의를 했으나 조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견 불일치로 인해 대통령 대면조사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은 대면조사가 무산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함과 아울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음은 관련 일문일답입니다.

Q.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
A. 대통령 대면조사가 1차 무산된 이후에 추가 협의를 진행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처음에 진행된 대면조사에서는 모든 조건을 양보했다. 하지만 1차 무산 이후에는 상호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 서로 간의 주장에 차이가 좀 있었다. 특검 측에선 조사과정의 투명성 공정성 그리고 조사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돌발적인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녹음 녹화를 원했는데, 이에 대해 대통령 측은 녹음 녹화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게 최종적으로 무산되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Q. 2월 9일 한 차례 대면조사 성사 직전까지 갔었는데 그 당시에는 특검에서 녹음 녹화를 요구하지 않았던 건가? 그리고 그 이후에 추가적으로 그 부분을 요청한 것인가? 배경을 설명해달라.
A. 최초에 1차 협의 과정에서는 녹음 녹화를 하지 않기로 대통령 측 요구를 수용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잘 알다시피 비공개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됐다. 그런 부분이 문제가 돼 무산된 이후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돼 원론적 입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 대면조사 과정에서 혹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부분들 때문에 특검에서 녹음 녹화를 요구했던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한 상호 의견이 일치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대면조사 시 대통령 신분에 대한 얘기는?
A. 대면조사 시 신분은 최초 협의할 때 비록 특검에서는 피의자로 판단하고 있었지만 대통령 측에서 (참고인) 진술조서 형식을 원했기 때문에 그 형식을 취하기로 했었다. 2차 때도 이 부분은 이견이 없었다.

Q. 참고인 신분으로 조서 받게 되면 실효성이 있나.
A. 진술조서 형식을 취해도 조서 작성 방식에 따라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Q. 참고인 조서를 받기로 했으면 오히려 대통령 쪽에 녹음 녹화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게 아닌가(형사소송법상 참고인 조사 시 영상녹화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A. 참고인 동의 하에 녹음 녹화가 가능해 빌미를 줬다고 할 수 있지만 서로 간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참고인이든 피의자이든 간에 조사의 투명성 공정성을 위해 녹음 녹화의 필요성을 견지했다.

아울러 이 대변인은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 “청와대가 제시한 임의제출 방식을 검토했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현행법 해석상 청와대 압수수색은 최종적으로 불가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영장만료기간인 내일 압수수색 영장을 반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특검은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아쉽게 생각한다”며 “향후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법원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입법적 해결방안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입법상 고려해야 할 부분을 묻자 “현행법(형사소송법)상 110조, 111조 단서에 의해서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불승인한 경우에는 진행할 방법이 없다”며 “이런 경우에 대비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승인할 수 있는지, 불승인할 수 있는지 세부적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