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부지 제공으로 보복 받나…롯데 “상황 예의주시할 것”

입력 2017-02-27 17:47 수정 2017-02-27 17:49
롯데그룹이 27일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향후 롯데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부지 승인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뒷감당은 미국과 한국의 책임”이라며 “중국 측은 결연히 반대하고 강력히 불만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으로 후폭풍이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롯데 측은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 외에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압박은 다각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롯데에 대한 중국 언론의 비판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 21일 “사드배치에 협조하는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최근 쓰촨성 지역매체는 롯데마트 제품이 유통기한이 지난 것과 롯데백화점 상품권이 전 매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것을 트집 잡아 보도하기도 했다. 사드 부지 제공을 결정했기 때문에 더 강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매년 3월 15일 중국 관영 CCTV가 방영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 표적이 롯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까르푸, 맥도날드, 애플, 니콘 등 외국 기업들이 주 타깃이 돼 왔다. 우리나라는 중국 타이어 시장 1위를 달리던 금호타이어가 2011년 방영된 이후 중국 내 입지가 크게 흔들린 바 있다.

롯데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환구시보는 롯데 사드 부지 제공 발언과 관련해 “중국 내에선 롯데 물건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면세점 수입이 줄고 영업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협박했었다.

롯데가 지난해 11월 사드 부지 결정 직후부터 중국정부로부터 받아온 의심스러운 조치들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롯데 중국법인에 대한 고강도 위생‧소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가 3조원을 들여 중국 선양에서 진행 중인 ‘롯데타운 프로젝트’에도 제동이 걸렸다.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톈마오에서 롯데 플래그숍이 문을 닫기도 했다.

롯데의 중국 내 사업규모를 고려하면 매출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롯데케미칼·롯데시네마 등 24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 계열사의 중국 내 연매출은 약 3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수도 2만6000여명에 이른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