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황교안’의 벽에 막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채 끝나게 됐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오늘 오전 9시30분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28일 공식 수사를 종료합니다. 특검팀은 1시간 뒤에 황 권한대행의 불승인 결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우선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은 수사기간에 마무리를 철저히 하고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진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식 수사 69일째(2월 27일 월요일)의 이야기입니다.
# 황 대행 불승인 결정 왜?=황 권한대행은 오전 9시30분 홍권희 총리실 공보실장을 통해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오랜 고심 끝에 이를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최순실 등 특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요 사건들의 핵심 당사자와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이미 기소했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 주요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고 판단했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일부 마무리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특검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엄정하게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검 출범 전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관련 사건을 상당 부분 수사해 특검에 인계한 바 있고, 앞으로 필요하다면 관련 인력과 조직의 보강 등을 통해 남은 부분에 대한 수사가 충실하게 진행되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만에 하나 추후 검찰의 수사가 미진해 다시 별도의 수사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치권에서 협의해 새로운 특검 등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판단 배경으로 사회적 갈등과 정치권 상황 등을 거론합니다. “지난 4개월 동안 매 주말 도심 한가운데에서 대규모 찬반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 등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서는 대통령선거가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고심 끝에 지금은 특검을 연장하지 않고, 검찰에서 특검에 이어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 국정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고는 마지막 부분에는 안보위협까지 갖다 붙입니다. “최근 북한의 안보위협이 커지고 있고,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우리의 경제 상황 그리고 민생 등이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부는 대내외 위기 극복과 안정적 국정운영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나 정치권 대부분은 이 같은 황 권한대행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권 핵심부의 입장만을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 특검 “매우 안타깝다”=특검팀의 이규철 대변인은 오전 10시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짤막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특검은 수사기간을 포함해 90일 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특검법에 규정된 임무를 수행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특검은 특검법 수사대상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특검은 앞으로 남은 수사기간 동안 마무리를 철저히 하고 검찰과 협조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입장 전문)
이제 특검팀은 28일로 70일간의 공식 수사를 마무리하고 공소유지 인력만을 남겨둔 채 해산하게 됐습니다. 그때까지 기소되지 않은 대상자들을 상대로 막바지 조사를 해서 재판에 회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완으로 남은 수사 부분은 검찰에 넘겨야 합니다.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는 3월 3일이나 6일쯤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야권과 시민단체 반발=야권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황 권한대행의 불승인 결정에 대해 “역사 앞에 죄를 짓는 행동이고 국민 여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또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 열망과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역사적 2.27 만행’으로 천인공노할 결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황 대행은 찬반시위, 조기 대선에 미칠 영향, 북한의 안보위협을 명분으로 들었다”며 이는 견강부회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바른정당도 “진실 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무시한 그야말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독재적 결정”이라고 맹비난을 했습니다. 정의당은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대못을 박았다”고 규탄했습니다. 시민단체들도 “월요일 아침의 폭거”라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이어 야4당의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국회에서 긴급 회동했습니다. 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주승용, 바른정당 주호영,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모인 겁니다. 야4당은 곧바로 합의했습니다. 박영수 특검의 수사 종료에 따라 새 특검법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한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황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은 당내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에서 변신한 자유한국당만 황 권한대행의 결론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탄핵반대 측도 “특검 연장 불수용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고 환영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