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텝스 등 외국어능력시험에 대리 응시하고 억대 돈을 챙긴 브로커와 의뢰인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대장 김병수)는 외국어능력시험 대리 응시 브로커 김모(30)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김씨에게 대리시험을 의뢰한 이모(25)씨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토익, 텝스, 오픽 등 외국어능력시험에 대리 응시해 의뢰인들이 희망하는 점수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해 한국토익위원회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시험감독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얼굴 합성 어플을 이용해 의뢰인과 자신의 얼굴사진을 교묘히 합성한 사진을 제작하고, 이 사진으로 신분증을 재발급받도록 해 부정시험에 대리 응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국내로 들어와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카투사에서 군 복무를 마친 김씨는 외국계 유명 제약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대리시험 1회당 400만~500만원을 받는 등 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수익금 대부분은 유흥비로 탕진했다.
최근 시험 주관사들은 갑자기 점수가 크게 오르는 응시자에 대해 부정행위가 개입됐을 여지가 높다고 보고 사후 적발을 하고 있는데, 김씨는 이에 대비해 지나치게 점수가 낮은 의뢰인은 시험종류를 변경해 응시하게 하거나 가장 인기가 있는 토익시험을 꼭 원할 경우 반복해 여러 번 시험을 쳐 점수를 조금씩 올리는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치밀함도 보였다.
김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토익 자유게시판에 ‘토익·텝스 등 어학시험 대필·대리 합격보장 비밀보장 필요한 점수 맞춰드립니다’라는 광고성 댓글을 이용해 의뢰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적발된 대리시험 의뢰자들은 대기업 등 회사원 14명, 대학생 2명, 자영업자 2명, 취업준비생 2명 등이다. 이들이 의뢰한 어학시험 유형은 토익(6명), 오픽(5), 텝스(4), 토익스피킹(4), 토플(1) 등이다.
경찰은 또 다른 대리시험 브로커와 의뢰자 10여 명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부산경찰, 토익·텝스 등 20명 대리시험 친 30대 남성 구속
입력 2017-02-27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