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만 남은 대통령 탄핵심판

입력 2017-02-27 08:03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는 27일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2016헌나1’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이날 오후 2시 열리는 최종변론기일에서는 박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 국회 소추위원 측, 박 대통령의 행위가 중대한 법위반이 아니라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각각 마지막으로 주장을 편다. 양측은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상당량의 변론을 각각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관들이 제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필리버스터’ 식으로 발언을 장기간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내부에서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컸기 때문이다. '각자 대리' 중인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일부 변호사들은 ‘재판관 8인 체제’로 운영 중인 현 상태의 헌재가 심리를 진행할 수는 있어도, 평의(評議)와 선고까지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손범규 변호사는 “헌재가 헌법에 따라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뒤 대통령의 최종변론 출석 여부가 검토되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주장했다. 다만 역사적인 탄핵심판의 장본인이 장외에서 변론을 이어갔으면서 정작 헌재에는 나오지 않았다는 비판도 크다.

지난해 12월 9일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헌재에 전달한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의 파면이 불가피하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국가의 공조직과 헌법시스템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시켰고, 여러 법률위반 행위들이 검찰의 수사결과로 다 드러났다고 본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 측에 비해 조속한 결론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헌재가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비상상황을 빨리 매듭짓고, 온 국민이 분열을 그만두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생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헌재는 사건접수 이후 81일간 3회의 준비절차기일과 17차례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국정 중단을 초래하고 있는 매우 위중한 사안임을 고려해 밤낮없이 심리에 매진했다. 재판관들과 양측은 25명의 증인을 신문했고, 5만 페이지가 넘는 기록을 검토했다. 재판관들은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일을 제외하고 매일 재판관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파면 요건에 대해 격론을 주고받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을 중심으로 헌재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극적 언행이 많았지만, 헌재는 절차적 정당성을 염두에 둔 듯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헌재는 최종변론기일을 마무리한 뒤 약 2주간 평의와 결정문 작성 등을 수행, 결국 다음달 13일을 넘기기 전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국민 앞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3일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임기만료일이다. 헌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인용·기각·각하다. 이 가운데 본안 판단에 나아가지 않는 각하 결정은 가능성이 가장 낮아 보인다.

어떠한 결론이 제시되더라도 국가적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행은 “어떠한 편견이나 예단도 없다”고 강조해 왔다. 8명 중 6명 이상의 재판관이 대통령 파면에 뒤따를 국정 중단과 사회 혼란마저 민주주의를 위해 치러져야 할 정당한 비용이라고 판단하면, 박 대통령은 곧 사인(私人)으로 돌아간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