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분사’ 주주총회 D데이… 노조 전면파업

입력 2017-02-27 08:43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23일 분사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해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이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계획 승인 안건을 처리한다. 회사를 조선과 비(非)조선 사업으로 나눠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적에서다.


반면 노조는 회사의 계획이 인력구조조정을 위한 포석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지난 23, 24일에 이어 전면파업에 나선다. 그러나 조합원의 참여율이 극히 저조해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분할계획서와 신설회사 감사위원 선임을 의결·승인할 예정이다. 이번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라 발행 주식의 과반수 출석, 출석정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은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4월 1일자로 현대중공업(존속법인, 조선·해양·엔진사업),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4개사로 분할된다.

현대중공업은 비(非)조선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별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어 그룹 전체 경영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역할을 한다. 정유부문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91.3%와 이 회사가 가진 2조원의 차입금, 현대중공업 자사주 13.4%가 현대로보틱스로 편입된다.

이렇게 되면서 6개월 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기존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돼 기업지배구조도 개선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이런 점을 들어 주주가치가 제고되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분할계획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의 분할계획에 강력 반발하면서 지난 23일과 24일에 이어 이날도 8시간의 전면파업을 강행한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비조선 부문 직원도 현대중공업이라는 한 울타리 아래 노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는데 분사가 되면 노조 설립 자체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1년간 직원고용을 보장하겠다지만 반대로 말하면 1년 뒤에는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주사 전환도 경영권 편법승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참여율이 워낙 미미해 파업 효과 자체는 크지 않다. 현대중공업 노조원 1만4000여명 중 전면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700~800여명(사측 추산)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잔업·특근수당이 사라져 월급이 줄었는데 파업에 참여하면 아예 급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을 우려한 조합원이 많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사흘 전면파업에 모두 참여하는 조합원은 1인당 평균 135만원의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