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소변기 위에 여성 사진을 부착한 성균관대 화장실이 SNS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을 철거하라는 주장은 물론 이런 발상이 유머로 소비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성균관대 성차별·페미니즘 관련 커뮤니티인 ‘성대워치’는 26일 일부 남자화장실에 설치된 여성 사진 철거를 위한 온라인 서명을 시작했다.
성대워치는 “국제관, 삼성학술정보도서관 등 학내 남자화장실 소변기 위에 여자 사진이 붙어있다”며 “남성의 공간, 특히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매우 개인적인 공간인 화장실에 남성이 아닌 여성의 사진이 붙어있다는 것은 매우 이질적”이라고 주장했다.
성대워치는 이어 “사람 사진을 넣고 누군가가 쳐다보는 소변기를 만든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남성의 성기를 여성이 바라보게 하는 등 남성의 성적 능력을 ‘칭찬’하는데 여성을 ‘이용’했다는 점은 여성들에게도 성적불쾌감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남자화장실에는 눈을 반쯤 가리고 있거나, 놀란 표정을 짓거나, 과일을 먹는 여성의 사진이 소변기 위에 커다랗게 부착돼 있다. 이는 성균관대 국제관과 삼성학술정보관이 준공된 2009년부터 설치돼 있었다.
8년간 학생들이 이용해 온 남자화장실이 뒤늦게 논란이 된 것은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의 페이스북 글 때문이다. 학술회의로 성균관대를 방문했던 강 교수는 지난 24일 문제의 화장실 사진을 올리며 “황당, 난감, 곧 분노의 감정이 밀려온다.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비난했다.
해당 게시물은 수백명의 공감을 얻으며 확산됐다. “충격적”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동안 문제제기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는 반응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관음을 그저 유희나 재미로만 여길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이들이 적어도 대다수라고 여겨지는 세상이니까 대학 화장실에도…제발 좀 변했으면 싶다”고 적었다.
반박도 있었다.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소변기 밖으로 소변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착된 파리 스티커처럼 일종의 ‘넛지 효과’를 노린 아이디어(?)라고 주장했다. 여자 사진 때문에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피해자는 남성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강 교수는 “남성의 볼일을 여자가 ‘훔쳐본다’, 과일을 ‘먹는다’… 이런 행위의 주체가 여성으로 상정된 것은 남성이 상상하는 여성상, 남성의 성적 판타지다. 지극히 단순하고 노골적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선이다”라고 받아쳤다.
그는 또 “낙인과 오명에 대해 그렇게 불편해하면서 여성들이 일상으로 감각하는 공포와 분노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지 않나. 그동안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다면 이 반응들을 보고 잘 생각해 보라”며 “이건 성대 화장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인지적 시각과 감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한국사회의 단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위에 여성 사진을 부착한 것은 ‘넛지 효과’라는 개념이 처음 알려진 2009년 무렵에 성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복합쇼핑몰 엔터식스에도 성균관대와 같은 남자화장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엔 KT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 남자화장실에서 같은 방식의 여성 사진이 설치됐다가 철거되기도 했다. 당시 여성신문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KT 측은 “여성 비하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성대워치는 남자화장실 여성 사진 철거를 위한 온라인 서명을 학내 양성평등센터와 행정실 등에 제출할 예정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여성 사진 철거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