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녹취록 낱낱이 공개…박 대통령과 황 대행이 규제프리존법 강조한 이유

입력 2017-02-27 00:05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의 녹음 파일, 이른바 ‘고영태 녹취록’이 방송을 통해 낱낱이 공개됐다.

그동안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재단을 장악하려 한 정황이 포함된 일부만 공개됐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은 비교적 긴 분량이어서 전후 상황과 사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녹취록엔 박근혜 대통령이 각별히 챙겼던 규제프리존법과 박 대통령의 아방궁이 지어질 강원도 평창의 땅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정황이 담겨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이하 ‘스포트라이트’) 89회에서는 고영태 녹취록 새로운 비밀 편이 전파를 탔다. 방송에서 제작진은 고영태 녹취파일 2391건을 모두 분석했다. 이 중 업무와 관련된 1083파일의 일부가 공개됐다. 그 파일인 VIP의 아방궁 부지의 또 다른 계획이 담겨 있다.

방송에 따르면 최씨 일행은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목장 부지에 정유라를 위한 승마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이 지역을 산악관광특구 규제프리존 지역으로 추진해 특수를 누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규제프리존법은 박 대통령 외에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도 언급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산업 규제혁신 과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특정한 지역, 특정 부문에서 우선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규제 프리존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국회에서 심의중인 법안을 빨리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이 이토록 강조한 이 법안은 고영태 녹취록에서도 등장한다. 류상영은 “지금 절대적인 강원도 규제프리존 안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데, 그게 도사리가 선정되면 게이트가 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올 것 같다”며 “그러니 다른 지역에 자기가 추천하는 땅들 같은데다가 사서 운영을 하든 그런 지시를 해주더라”고 말한다.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는 흥분한 목소리로 “(최순실)회장님이 거기다가 체육전문학교만 딱 만들면 대박, 마스터 플랜 고고”라며 “쇼미더 머니, 돈 준비들 하시라 그래”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고 전 이사에게 재단에 들어가 장악하라고 설득하는 대화도 있었다. 고 전 이사는 지친 목소리로 “정부 일 하지 말자고 했다”거나 “더는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제작진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기 녹취록을 맹지언 환경운동연합 대표에게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맹 대표는 “대통령이 퇴임하고 쉴 수 있는 집정도 마련하는 걸로 돼 있지는 그게 아니다”라며 “산악관광특구 규제프리존‘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 모녀는 기존에 알려진 이목정리 땅 1만8713㎡외에도 도사리에 위치한 땅 431㎡도 소유하고 있다. 이 땅은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가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땅은 강원 평창군이 지난해 10월26 불법 개발 행위가 확인됐다며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