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팀으로서는 마지막 구속영장 청구입니다. 오는 28일 만료되는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말입니다. 특검팀은 일요일인 오늘 ‘비선 진료’ ‘청와대 차명폰’ 의혹 등과 관련해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내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립니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만료 D-2일을 맞은 오늘 막판 보강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피의자 신분인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을 동시에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 등도 재차 불렀습니다. 수사기간이 만료되면 무더기로 기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식 수사 68일째(2월 26일 일요일)의 이야기입니다.
# ‘모르쇠’ 靑 행정관 “죄질 불량”=이영선 행정관은 지난 24일 금요일 오전 9시45분쯤 처음으로 특검팀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그간 소환에 불응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22일)받은 사실을 특검팀이 23일 공개하자 자진 출석했습니다. 하지만 특검팀은 수사시간 확보를 위해 즉각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13시간 동안 강도 높게 조사하고 서울구치소에 구금했습니다. 이어 25일 재소환 조사한 뒤 26일 오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입니다. 수사에 비협조적이라서 죄질이 나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는 조사받는 이틀간 취재진 질문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행정관에게는 의료법 위반 방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불출석) 등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주사 아줌마’ 등 비선 진료 당사자들이 청와대에 무단으로 드나든 데 개입하고 청와대에서 사용한 차명폰을 제공한 혐의입니다. 차명폰은 군대 후임이 운영하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 등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건넸다고 합니다. 특검팀은 이 대리점을 압수수색한 바 있습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관저에서 근무해 박 대통령 7시간 행적의 의문을 풀어줄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최순실씨 수행비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서울 강남 의상실 영상이 공개됐을 때 휴대폰을 옷으로 닦아 최씨에게 건네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지는 내일 결정됩니다.
# 이재용 최지성 동시 소환=이재용 부회장은 오늘 오전 10시쯤 구속 이후 다섯 번째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지난 17일 구속 수감된 이후 18일, 19일, 22일, 25일에 이어 또다시 출석한 것이죠. 특검팀은 보강 수사를 위해 일단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3월 8일까지 연장해둔 상태입니다. 수사기간이 만료될지 연장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죠.
삼성그룹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오늘 오후 2시쯤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에 다시 나왔습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경우 지난 24일 소환돼 조사받은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후 1시30분쯤 다시 소환됐습니다.
# 하나금융그룹 회장 조사… 최순실은 재산형성 추궁=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어제(25일) 오후 1시30분쯤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팀에 출석해 8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했습니다. 김 회장은 최순실씨 일가를 독일법인장 근무 시절 도와준 이상화 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임원급)의 승진 특혜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최순실씨는 지난 9일 이후 16일 만인 25일 오후 3시50분쯤 특검팀에 소환돼 재산형성 과정 등을 집중 추궁받았습니다. 최씨는 당초 오후 2시 소환 예정이었는데 ‘앙숙’ 관계로 변한 조카 장시호씨와 소환시각이 같아 출석 시간을 늦췄습니다.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 호송하기 위해 교정당국이 관리한 것이죠. 그래서 장씨는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같은 호송차를 타고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고, 최씨는 그 후에 호송차를 타고 온 것입니다.
특검팀은 앞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체포영장도 재청구해 법원으로부터 다시 발부받았습니다. 체포영장 기간 만료에 따른 것이죠. 정씨에 대한 이화여대 입시·학사 특혜와 관련해 이대가 각종 정부 사업을 어떻게 따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특검팀은 김상률(불구속 기소)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지난 24일 오후 2시에 불러 조사했습니다.
한편 특검팀이 지난 23일 박영수 특별검사와 박충근 이용복 양재식 이규철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에 대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과 관련, 경찰청은 25일부터 특검팀 수뇌부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전담 경찰관을 배치해 특별신변보호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탄핵 반대 측의 협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