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성당·사찰·유교문화원 한곳에… 전국 최초 ‘안동 종교타운’

입력 2017-02-26 16:57 수정 2017-02-26 19:12
경북 안동시청을 지나 목성교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자 독특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4대 종교시설 한데 모여 있는 곳
안동시 화성동 151. 안동 지역의 어머니교회 격인 안동교회(김승학 목사)의 신구(新舊) 건물이 나란히 서 있었다. 왼쪽엔 일제 강점기인 1937년 지어진 석조 외벽의 고풍스런 예배당(등록문화재 654호)이, 오른쪽엔 2009년 건립된 안동교회100주년기념관과 함께 외벽에 새겨진 ‘SOLI DEO GLORIA(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교회 주차장에서 시청 방향으로 스무 걸음쯤 내딛으니 경북유교문화회관 건물에 닿았다. 유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우리나라 유림(儒林)의 심장부 같은 곳이다. 이 건물 바로 옆엔 불교사찰인 대원사가 붙어 있고, 사찰 뒤편 언덕에는 목성동주교좌성당이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성당은 고 김수환 추기경이 주임 신부로 사목 활동을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3일 들른 안동시 화성·목성동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유교 등 주요 종교 시설이 반경 100m안에 몰려 있는 곳이다.

이들 건물을 끼고 있는 서동문로는 ‘종교의 거리’로도 불린다. 안동교회 앞에는 안동 기독교총연합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경안노회 회관, 기독교방송국이 들어서 있다. 성구사와 기독교 서점 등도 눈에 띄었다. 기독교 유관 시설이 밀집돼 있는 서울의 종로 5가와 유사한 풍경이었다.



‘종교타운’ 조성 왜
화성·목성동 지역에 가장 먼저 둥지를 튼 건 교회였다.1909년 미국 북장로교의 웰번(A G Wellbon) 선교사와 황해도 소래교회 출신 김영옥 목사가 세운 안동교회는 4년 뒤인 1913년 현 위치로 옮겨져 지어졌다. 이어 1920년대 성당과 사찰 등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독특한’ 동네가 형성됐다. 이어 1920년대 성당과 사찰 등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독특한’ 동네가 형성됐다.

‘이렇게 특별한 동네를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없을까.’ 안동시와 현지 종교계 인사들은 5년여 전부터 머리를 맞댔다. 용역을 의뢰하고 타당성을 조사한 끝에 74억원을 들여 ‘종교타운’을 조성키로 했다.

지난 22일 오후 안동교회와 유교문화회관 사이에 조성된 화성공원에선 ‘종교타운’ 준공식이 열렸다. 총 5만8000여㎡(약 1만7500평) 규모로 각 종교의 상징물과 조형물이 설치됐다. 개신교의 경우, 한국교회 초기 예배당 구조인 ‘ㄱ’자 예배당과 종탑을 실물 그대로 축소해 만든 미니어처가 돋보였다.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기둥을 포함해 종교별 열주(列柱·줄로 늘어선 기둥)가 공원에 둥글게 배치됐다.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와 스탠드, 휴식 공간도 갖춰놓았다. 화성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조성된 목성공원에는 종교의 전파를 상징하는 ‘종’ 모양의 상징물도 세워졌다. 


안동시는 종교타운을 지역사회의 자원봉사 및 활동의 중심지로 활용키로 했다. 아울러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종교시설물을 복원하고 지역 종교발전사를 재조명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승학 목사는 “다양한 문화행사 등을 통해 교회 성도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장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면서 “종교 간 갈등과 분쟁 없이 저마다 맡겨진 사명과 사역들을 충실히 감당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