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사세요, 하나님 말씀도 들어보세요” 유영춘 목사 이야기

입력 2017-02-26 16:44
그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평균 150여명에게 과일을 판다. 과일장사를 시작한지 2년이 채 안됐지만 꽤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구매자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게 비결이라 했다. 하지만 과일판매가 단순히 생계수단만은 아니다.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고객들에게 나눔에 동참하자고 권면한다. ‘푸른숲비품과일’ 주인장 유영춘(44) 목사 이야기다.

강민석 기자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유 목사는 애플망고 한 박스와 고구마 두 봉지를 들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주문하시면 배달도 해 드려요.” 

배달을 부탁 한 김순희(80) 할머니는 “여기 주인아저씨가 친절하고 정직해요. 과일도 맛있고요”라며 연신 칭찬을 했다.

오전부터 내린 빗방울은 오후가 되자 더욱 굵어졌다. 주차장에 세워진 1톤 트럭에는 각종 과일 박스가 가득 차 있었다. 과일이 젖지 않도록 천막을 펼친 유 목사는 “판매량은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손님들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판매 시스템은 간단하다. 판매 하루 전 과일을 팔 시간과 장소, 상품 사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세하게 공지한다. 회원들은 구입의사를 밝히는 댓글을 달고 이튿날 유 목사가 판을 벌이면 방문해 과일을 산다. 회원은 3500여명이다. 유 목사는 서울과 부천을 오가며 장사한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유 목사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활동을 하며 신앙을 견고히 세웠다. 청소년사역을 하기로 결심하고 졸업 후 개혁신대에 진학했다. 목회자가 된 후에는 청소년제자선교회에서 10여년 사역을 했다. “사역을 하면서 머물 곳이 없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수없이 봤어요. 그들을 돌보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선교회를 나와 청소년문화센터 건립에 뛰어들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후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서였다.

먹고살기 위해 어린이집 운전기사 등을 했지만 지속하기는 어려웠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지내던 중 친형의 조언으로 ‘비품 과일’을 팔아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비품과일이란 표면에 흠집이 나거나 했지만 먹는 데 지장이 없는 과일이다.

“인터넷에서 팔아 봤는데 상태가 나쁘지 않고, 가격도 일반과일의 60~70%에 불과해 금방 팔리더군요.” 

유 목사는 SNS를 판로로 택했다. 과일 상태에 대한 항의가 들어오면 100% 환불해 준다. 고객이 원하면 다음에 과일을 얹어주기도 한다. 온라인 카페 등에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이 하룻밤 사이 100~200명씩 늘었다.

유 목사는 본인이 목회자라는 것과 그 동안 했던 사역 이야기, 과일판매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글을 매주 한번씩 SNS에 올린다. 글을 본 회원들은 유 목사의 뜻에 공감해 나눔에도 참여한다.

“평소에는 과일 판매로 얻은 수익 중 10%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요. 명절 등에는 도움이 필요한 독거노인들을 회원들로부터 추천받아 과일을 전달하지요. 특별히 회원들이 직접 어르신들에게 과일을 전해드리도록 합니다. 단 과일만 주고 오지 말고, 안부 인사도 묻고 말동무가 돼 달라고 부탁하지요.”

지난해부터 전남 영광과 해남, 경북 포항, 인천 등의 미자립교회 10곳을 선정해 과일을 제공하고 있다. 이 교회들 역시 회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자비량 목회를 원하는 목회자들에게 과일판매 노하우도 가르쳐 준다. 유 목사의 도움으로 현재 6명의 목회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유 목사는 청소년 사역을 재개할 계획이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그들을 보살피는 일을 할 생각입니다. 하나님이 제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허락하신 것은 이웃 섬김을 실천하라는 뜻일 테니까요.” 

부천=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