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은 대중들에게 왠지 어렵고 낯선 분야다. 그래서 대중이 클래식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전도사’가 필요하다. 최근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중견 남자배우 세 명이 클래식 음악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강석우(59)·박상원(57)·김석훈(45). 멋진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닌 이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대중과 클래식의 가교가 되고 있다.
세 명 중 가장 먼저 클래식과 인연을 맺은 김석훈은 연기 외에 클래식 콘서트 진행자로도 각광받고 있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4년 가까이 CBS FM 클래식 프로그램 ‘아름다운 당신에게’ DJ로 활약했다. 2015년부터는 성남아트센터에서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와 함께 마티네 콘서트(오전이나 낮에 열리는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3월 16일 시작해 12월까지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그는 최근 광복절 기념음악회,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음악회 등 각종 기념 콘서트의 단골 진행자로 자리매김했다.
김석훈은 2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도 원래는 일반 대중처럼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편이었다. 그런데, 라디오 DJ를 하고 싶어서 선택했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계기로 클래식에 점점 빠지게 됐다”면서 “내 경우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서 라디오나 콘서트를 진행하려는 점이 좋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같은 사람이 클래식계에서 쓸모가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석훈에 이어 2015년 9월부터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DJ를 맡은 강석우의 활약도 주목된다. 대학 시절 학교 방송국에서 클래식 음악 PD를 맡았던 그는 자타공인 클래식 애호가다. 그가 DJ를 맡은 이후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청취율 5%를 넘기며 클래식 라디오 방송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는 “클래식을 추앙하지 말자”를 모토로 삼고 클래식과 대중의 거리 좁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콘서트도 그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 콘서트는 소위 클래식 애호가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로 객석을 매진시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을 정도다. ‘아름다운 당신에게’ 손명회 PD는 “강석우 선생님이 프로그램 관련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라며 “최근 우리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끌게 된 데는 강 선생님이 공이 크다”고 전했다.
박상원은 지난해 서울시향의 ‘음악극장4-돈키호테’에서 내레이션을 맡으며 클래식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음악극장’ 시리즈는 표제가 있는 관현악 작품을 선정한 뒤 각본을 재구성하고, 배우의 독백과 연기, 오케스트라의 밀도 있는 연주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올해부터는 음악극장장을 맡아 공연 제작에 깊이 관여할 예정이다. 3월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음악극장1-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아이와 아버지의 대화로 이뤄지는데, 그는 아버지 역할과 내레이션을 맡았다.
소문난 무용 애호가로 무용문화포럼의 회장도 맡고 있는 박상원은 “클래식을 좋아한 작은 누나 덕분에 어릴 때부터 귀동냥은 많이 했다. 그러다가 1978년 봄 영국 로열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내한공연 당시 엑스트라로 출연하면서 차이콥스키를 미치도록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은 조금만 스토리텔링을 더하면 훨씬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음악극장 외에도 서울시향에서 배우인 제가 좀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여성 관객이 대부분인 마티네 콘서트가 남성 진행자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롯데콘서트홀은 3월 28일 시작해 연말까지 열리는 ‘온 에어 콘서트’ 진행자로 여배우 이아현을 낙점했다. 이아현이 클래식 전공자이면서도 홈쇼핑에서 쇼핑 호스트 못지않은 입담을 자랑하는 만큼 진행자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