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크리스천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시나이 반도의 항구도시 이스마일리아 시(市)에서 복음주의교회(Evangelical Church) 성도들이 황급히 도시를 떠났다. 이스마일리아 시는 수에즈운하 중간 지점에 있는 도시다. 과거 한국인을 비롯한 세계인들이 많이 찾던 관광명소였지만 이제는 IS의 거점지로 전락해 이집트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됐다.
복음주의교회측은 시나이 반도에 머물던 160여 가족 중 100여 가족이 이미 피난을 떠났다고 밝혔다. 피난길에 오른 사람 중에는 엘 아리스에서 공부하던 200명 이상의 학생도 포함돼 있다. 이집트 현지 매체에 따르면 300명 이상의 크리스천이 이미 몸을 피했다.
레스토랑 문을 닫고 피난길에 오른 한 남성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면서 “이들(IS)은 무자비한 자들”이라고 말했다.
피난 행렬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배관공인 카멜 요세프씨가 IS의 총격에 쓰러지면서 가속화됐다.
카멜 요세프씨는 엘 아리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됐다. IS의 크리스천을 겨냥한 테러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카멜 요세프씨는 그 7번째 희생자였다.
엘 아리시에 살던 65세 사드 하나씨는 지난 20일 아들 메드핫(45)씨가 산 채로 불태워지고 있는 동안 머리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지난 1월에는 와엘 유세드 멜란드라는 남성이 엘 아리시 상점에서 복면을 쓴 IS 대원에게 피살됐다. 지난 12일에는 바흐갓 윌리암 즈카르씨가 차 안에서 피살됐다. 또 아델 샤우키씨와 카말 타우피크 가레스씨가 이달초 역시 복면의 IS 대원에게 피살되기도 했다.
희생된 크리스천들은 모두 콥트교 신자였다. 콥트교는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종파로 9400만 여 명의 이집트 인구 중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IS는 지난해 말 시나이 반도의 크리스천들을 겨냥한 협박 비디오를 공개했다. 비디오에는 ‘신에 뜻에 따라 너희에게 큰 충격을 안기는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 지난해 12월 11일 카이로 압바시야 구역의 콥트교 교회인 성 베드로 교회 예배당에서 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폭 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28명이 숨졌다.
이집트에는 최대 1500여명의 IS 조직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시나이 반도를 넘어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와 서부 사막지대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지에 남은 한 목회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전례 없이 많은 크리스천들이 이 땅을 떠나고 있다”면서 “나도 고향집을 떠나야 하나하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이미 난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집트 인권자유위원회 소속 미나 타벳 연구원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현 정부는 테러를 막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영국 콥트교회측은 25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중심으로 IS의 테러가 잇따르고 기독인들의 피난이 가속화하는데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