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에 시달리는 서울지하철… 피해건수 5년간 5배 증가, 음주폭행이 절반

입력 2017-02-26 09:59

자정을 넘긴 시간 역무원 A씨는 고객에게 일회용 교통카드 발권을 안내하다 봉변을 당했다. 만취한 40대 남성 승객이 안내를 받던 중 갑자기 양복을 던지고 동전과 지폐를 A씨 얼굴에 뿌린 것이다. 멱살을 잡고 벽에 밀치려는 만취 승객 때문에 사무실로 피하자 이 남성은 문을 발로 차고 유리창을 주먹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에서 발생한 직원 폭행 및 기물 파손 피해가 최근 5년 사이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메트로의 ‘최근 5년간 역 직원(보안관·사회복무요원 포함) 피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폭행 피해 건수는 92건이었다. 2015년(102건)보다 소폭 줄었으나 2012년 17건이었던 피해 건수는 2013년 26건, 2014년 31건 등에 이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피해 유형별로는 ‘주취폭력’이 전체 폭행 피해의 절반인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술에 취한 승객이 역무원이나 다른 승객을 폭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만취 승객은 교통카드를 잘못 태그하거나 돈을 잃어버린 후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하기도 했다.

가족 싸움 중 역 시설을 파손하거나 자신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며 주먹을 휘두르는 ‘일반업무’가 16건으로 뒤를 이었다. 흡연이나 암표 판매, 불법 전도를 제지하는 ‘질서저해’ 관련 피해가 15건 발생했다. 부정승차 단속(10건)과 고객안내(5건) 때도 직원은 폭행에 시달렸다.

전체 폭행 피해의 55.4%인 51건은 오후 9시부터 영업종료 때까지인 심야 시간대 발생했다. 일과 시간대(오전 9시~오후 6시)가 18건, 퇴근 시간대(오후 6시~9시)가 17건, 출근 시간대(영업개시~오전 9시) 6건 순으로 폭행이 이뤄졌다.

요일별로는 목요일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요일과 토요일이 15건, 금요일 14건이었다.

가해자 확인이 불가능한 1건을 제외하면 10건 중 9건은 남성 승객(83건)의 폭행이었다. 여성 승객은 8차례 폭행을 저질렀다.

폭행 피해가 가장 많이 일어난 노선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227만1000명에 달하는 2호선이었다. 총 39건이 발생해 13건으로 가장 적은 1호선(서울역~청량리)보다 3배 많았다.

이처럼 시민안전과 직결된 지하철 직원들이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온정적인 대응으로 강력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조서 작성 등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직원 대부분이 경찰에 고발하거나 대응하지 않아서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15일 서울지하철경찰대와 지하철 내 범죄 근절을 위한 상호 업무 협조와 안전 활동 강화를 약속했다. 폭행 피해에 대해선 경찰대와 협력해 철도안전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폭행·협박으로 철도종사자의 직무집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