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사는 A 씨(67)는 최근 식비 등 씀씀이를 줄였다. 지난해 힘들게 얻은 아파트 경비원 일자리를 최근 잃어 소득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담배를 끊지 못했다. 담뱃갑이 2년 전 크게 부담이 크지만 평생 피운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전체 가구 소비지출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60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 감소폭이 평균보다 약 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주류·담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줄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165만3077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감소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은 254만9731원으로 0.5% 감소했다.
60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 감소폭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두드러졌다. 40~49세 가구와 50~59세 가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 1.9% 증가했다. 60세 이상 가구와 같이 소비가 줄어든 39세 이하 가구도 감소 폭이 1.1%에 머물렀다.
60세 이상 가구의 소비는 주류·담배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줄거나 제자리걸음이었다. 교통비 감소폭이 21.0%로 가장 컸고 교육(-15.2%), 의류·신발(-6.1%), 기타상품·서비스(-3.2%), 식료품·비주류음료(-2.1%)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반면 주류·담배와 음식·숙박 지출은 증가했다. 특히 주류·담배 소비에 월평균 2만7152원을 써 전년 대비 4.4% 증가율을 보였다. 음식·숙박 지출도 같은 기간 3.4% 증가했다.
60세 이상 가구가 지갑을 닫은 것은 소득이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60세 이상 가구의 소득은 293만4209원으로 전년 대비 2.3%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소득은 0.6% 증가했다.
60세 이상 가구의 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3년(-2.3%)과 2013년(-3.8%)이 유일하다.
가파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60세 이상 가구의 소득·소비 감소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구주 60세 이상인 가구의 비중은 31%로 2003년 13%보다 18% 포인트 늘었다. 전문가들은 2033년에는 60세 이상 가구의 비중이 전체 가구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