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중증도 확인, 조직검사 않고 MRI만으로도 충분하다”

입력 2017-02-23 10:33
MRI의 진화는 어디까지 진행될까. CT와 달리 방사선 피폭 위험이 없는 MRI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신체 영상의 선명성과 정확도를 놓고 CT와 겨루던 MRI가 이번에는 복부초음파검사는 물론 생체조직검사와도 경쟁하게 됐다.

내장지방과 지방간을 측정하고 수치화하여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지방간의 중증도를 측정하는데 MRI검사가 유용하다는 첫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영상의학과 최준일(
사진 왼쪽), 최문형 교수 연구팀이 간 공여 가능성이 있는 일반인 중 복부CT와 MRS(자기공명분광법)를 포함하는 간 MRI 검사를 받은 95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나 국제 학술지에 보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CT 검사로 전체지방, 피하지방, 내장지방, 근육의 면적, 배둘레를 쵤영했다. 이어 MRI 검사로 간의 지방 침윤 정도를 측정해 수치화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간의 지방 침윤 정도는 전체 지방면적 내장지방 면적 피하지방 면적 근육 면적 배둘레 체질량지수 내장지방 대 피하지방 면적의 비율 등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중 내장지방의 면적이 간 지방 침윤 정도와 관련성이 가장 높았다. 다중회귀분석에서 내장지방이 많은 남성이 간 지방 침윤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다.

그동안은 지방간을 확실하게 진단하려면 간의 일부 조직을 생검용 바늘로 떼어내는 조직검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 검사는 침습적인 방법으로 합병증 발생 우려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또한 간의 일부 표본으로 간 전체 지방간 진행 정도를 나타내기 어렵고, 병리학자가 주관적으로 판별해 결과가 가변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반해 영상의학 검사는 비침습적이고, 객관적으로 여러번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간을 감별 진단하는 유용한 검사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MRS가 지방간 진단에 가장 정확한 영상의학적 검사로 알려져 있는데, 검사자가 주관적으로 지방간 여부를 판단하는 초음파 검사와 달리 객관적인 수치로 지방 침윤 정도를 정량화 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체내의 지방은 그 분포에 따라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내장지방은 체내 장기 내부나 장기와 장기 사이의 공간에 과도하게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축적이 심할 경우 건강에 해로워 내장비만을 복부비만과 같은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복부비만은 배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한국인 허리둘레 기준으로 남자 90cm(35.4인치), 여자 85cm(33.5인치)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

정상 간의 경우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5% 정도인데, 이보다 많은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지방간을 장기간 무심코 방치하면 간세포가 파괴되는 염증상태인 지방간염을 거쳐 간 조직이 섬유화되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도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은 과음과 비만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대부분 술만 끊어도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성인병이 늘어감에 따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체내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서 결국 간에 쌓여 생기는데, 평소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에 잘못된 생활을 유지하다 당뇨병, 심뇌혈관 질환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최준일 교수는 “영상검사의 발달로 체형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 중 내장지방 면적과 간 지방 침윤 정도를 비침습적으로 정확하고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지방간을 진단할 수 있고, 진단 후 건강상태가 개선되었는지 추적관찰 하는 데도 MRI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유럽 임상영양 및 대사증후군 공식 학회지 ‘클리니컬 뉴트리션(Clinical Nutrition)’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