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71. 현직검사 1명도 조사 안해… 우병우 기각 자초?

입력 2017-02-22 15:52 수정 2017-02-22 16:04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22일 새벽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잡는데 실패했습니다. 법원이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범죄혐의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오늘 새벽 기각했기 때문입니다. 우 전 수석은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곧바로 풀려났습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오는 28일 수사기간 만료로 보강 수사 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이 어렵게 됐습니다. 불구속 기소 또는 검찰 이첩 외에 다른 방도가 없을 듯합니다. ‘법꾸라지’인 우 전 수석의 철통 방어에 완패를 당해 아주 난감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특검팀은 최선을 다했을까요.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으로 직접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치죠. 하지만 뒤늦게 수사 시동을 걸어 스스로 물리적 시한에 쫓긴 것이나 우 전 수석 의혹과 관련된 현직검사들을 아예 조사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은 물론 민정수석실에 편법 파견됐던 ‘우병우 휘하 검사’들을 전혀 손대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다수 조사를 진행해 허점을 파고들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수사대상에 대한 내부 이견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공식 수사 64일째(2월 22일 수요일)의 이야기입니다.

특검팀의 이용복 특검보. 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 구속수사를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무척 허탈해했다. 뉴시스

# ‘우병우 사단’ 조사 왜 안했을까=우 전 수석 구속영장은 오늘 새벽 1시10분쯤 기각됐습니다.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습니다. 민정수석의 권한을 남용해 부당하게 공무원 좌천 인사 등에 개입(직권남용)하고 최순실씨 국정농단을 묵인·방조(직무유기)한 혐의와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하고 특별감찰관실 해체에 영향력을 행사(특별감찰관법 위반)한 혐의를 법원이 수용하지 않은 겁니다. 앞으로 불구속 기소 후 법정에서 다시 다퉈야겠지요.

우 전 수석 수사는 특검팀에서 가장 난제였습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수사보다 어려웠습니다. 민정수석으로서의 업무범위가 넓고 권한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번에 가장 큰 쟁점이었던 직권남용 부분에서 다툼의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었죠. 그렇다면 특검팀으로서는 보다 철저한 수사를 했어야 합니다. 우 전 수석 주변부에 대한 물샐 틈 없는 수사를 통해 치고 올라갔어야 했죠.

그런데 우 전 수석과 밀접하게 관련된 ‘우병우 사단’에 대한 조사가 아예 없었습니다. 세월호 수사 외압 등 각종 의혹과 관련된 법무부와 검찰을 건드리지도 못했고, 민정수석실에 있다 검찰로 돌아간 현직검사들을 한 명도 조사하지 않은 겁니다. 민정수석실에서 우 전 수석과 호흡을 맞춘 ‘편법 파견검사’들은 지난 20일자로 검찰에 복귀했습니다.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사 6명이죠. 검찰청법에 따라 사표를 내고 갔다가 이번에 신규 임용 형식으로 검사로 재임용됐죠. 특검팀은 이들을 어떤 형태로든 조사해 우 전 수석 진술과의 상이점을 파고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검팀의 이규철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직검사들의 경우 직접조사는커녕 서면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일문일답을 볼까요.

Q. 우병우의 세월호 수사 외압, 특별감찰관실 해체 주도 의혹 등과 관련해 현직검사들을 참고인 신분으로라도 조사한 적 있나?
A. 세월호나 특감실 해체 관련해서는 참고인으로 조사 안한 것으로 안다.

Q. 서면조사도 하지 않았나?
A. 서면조사도 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Q. 청와대 갔다가 복직한 분들(검사 출신의 윤장석 민정비서관 외)도 조사 안했나?
A. 현재로서는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Q. 우병우 밑에서 행정관으로 있다 최근 복귀한 분들 하나도 조사 안 해?
A.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는 조사 안 된 것으로 안다.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특검에 파견돼 수사를 하고 있는 현직검사들이 친정에 부담을 느낀다는 소문과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특검팀으로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겠지만 뭔가 아쉽습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 뉴시스

# 기각 이후 공식 입장 발표=이규철 대변인은 오늘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 영장 기각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특검으로서는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기대했다.” 진한 아쉬움이 배어 있군요. 기각 배경에 대해서는 “우병우가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해 아마 직권남용 등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이 특검하고 달랐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이 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도 표했습니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됐다면 혐의 입증이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현재 청와대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 그와 관련된 보강조사는 할 수 없더라도 기존 영장에 적시된 부분 중 미진한 부분을 찾아 보강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이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계속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우병우가 최순실을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다. 그런데 우병우가 최순실을 알고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은 특별감찰관실 해체 과정에서의 법무부 관여 의혹, 검찰의 세월호 수사에 우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 진척 상황도 물었습니다. 이 대변인은 특감실 부분은 수사가 일부(조사방해) 이뤄졌는데 세월호 부분은 아예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수사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 수사기간과 입증 여부, 난이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있다. 수사기간 연장이 안 되면 이 두 부분에 대한 추가 보강수사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법무부나 검찰 관계자 소환통보했는데 그쪽에서 협조적이지 않았던 적도 있었느냐”고 묻자 “법무부 쪽 현직검사 관련해서 소환통보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연장 여부에 따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비롯한 향후 처리 방향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수사기간 연장이 안될 경우 특검에서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거나 아니면 모든 사건을 기소하지 않은 상태로 검찰에 이첩하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