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표창합시다” 대구 세월호 낙서 지운 시민

입력 2017-02-22 14:35 수정 2017-02-22 14:36
A씨 페이스북 화면촬영

대구스타디움 앞 지하보도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모욕한 낙서를 지운 한 시민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다. 묵직한 팔로 글자 하나하나를 깨끗하게 지운 뒤 “마음 편하게 잘 수 있겠다”고 말했다.

 남성 A씨는 지난 20일 오전 2시40분 페이스북에 대구스타디움 앞 지하보도에서 낙서를 지운 과정을 사진으로 촬영해 올리면서 “힘든 일요일이 힘든 월요일로 되겠다. 그래도 마음 편히 잘 수 있겠다”고 적었다.

 지난 일요일이었던 19일 밤부터 시작한 낙서 제거 작업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시점까지 계속됐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직접 구입한 세척제로 낙서를 지우고 깨끗한 지하보도 벽을 촬영했다. 스프레이의 붉은 색상이 조금 남았을 뿐 지하보도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A씨는 페이스북 계정을 실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자신의 나이나 거주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A씨는 사람들의 찬사와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22일 현재 사진과 글을 삭제했다.

 다만 자신의 선행을 소개한 ‘실시간대구’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진에 나온 곳은 (낙서를) 모두 지웠다. 현수막 등 나머지(모욕 문구)는 시청에서 지우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댓글을 남겨 낙서를 지운 사실을 확인했다.

A씨 페이스북 화면촬영

A씨 페이스북 화면촬영

 A씨의 계정에는 “존경한다” “사랑한다” “진짜 멋진 남자다” “복 받을 것”이라는 찬사와 감사의 인사가 쏟아졌다. 자신을 대구시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정부가 이 남성에게 표창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A씨는 삭제하기 전 페이스북 게시물에 “영화처럼 경찰은 늘 현장에 늦지”라고 농담을 던졌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낙서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모욕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후 10시30분쯤 ‘붉은색 스프레이로 대구스타디움 앞 지하보도 벽에 낙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낙서를 확인했다. 현장 주변에서 용의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프레이통을 발견하고 감식을 의뢰한 뒤 인근 CCTV를 확인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