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중 가장 어려운 상대로 지목됐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끝내 구속을 면했다. 나머지 사안에서 핵심 피의자들을 줄줄이 구속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지만 우 전 수석의 신병확보에는 실패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망도 빠져나갔던 우 전 수석은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직무유기·특별감찰관법위반·위증 등 총 4가지 혐의가 적용됐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기에는 다툴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의 진보성향 문화계 인사 ‘찍어내기’에 비협조한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인사좌천을 주도하고 CJ E&M 표적조사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인사 조치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반의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 내사를 방해하고, 해임을 주도한 혐의도 있다. 민영화된 한국인삼공사 박정욱 대표 관련 인사검증을 실시하는 등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5시간20분간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우 전 수석의 권한의 경계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특검 측에서는 이용복 특검보와 양석조 부장판사가 출석해 우 전 수석이 개입한 인사 등 각종 조치가 민정수석의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인사를 검증하는 등 민정수석의 고유업무를 이행했을 뿐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이 재직 시절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도 쟁점이 됐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최씨의 국정개입 등을 알면서도 이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를 져버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우 전 수석은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9시28분쯤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할 때부터 최씨 관련 질문에는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다. 대부분의 질문에 침묵하던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를 여전히 모르냐”는 질문이 나오자 질문한 기자를 쏘아보며 “모른다”고 했다. 이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한 서울중앙지법 앞 포토라인에서도 동일한 질문에 “당연히 모른다”고 대답하며 기자를 노려봤다. 서울구치소로 출발하기 전에는 “여러번 얘기하지 않았냐”며 다소 짜증스럽다는 식으로 답하기도 했다. 국정조사 청문회와 검찰 소환 때 보여준 뻣뻣한 태도는 여전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수의를 입고 법원 판단을 기다리던 우 전 수석은 기각결정과 함께 귀가했다. 법원의 기각결정에 따라 우 전 수석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28일까지인 특검 1차 수사기간 종료시점을 고려하면 특검이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정현수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