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서 북한 거부감 확산

입력 2017-02-22 00:12 수정 2017-02-22 10:15
모하마드 니잔 주북한 말레이시아대사가 21일 본국 소환명령에 따라 귀국하던 중 중국 베이징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하마드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사건 수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며 "북한은 긴밀한 우호국이며 이번 사건으로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말레이시아에서 북한을 향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 거부감을 넘어 관계가 뒤틀릴 조짐까지 보인다.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김정남 피살 책임을 말레이시아 정부에 뒤집어씌우자 44년 유지해온 수교관계는 급속도로 금이 갔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의 친구를 자처한 말레이 등 동남아 국가들이 등을 돌리면 북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현지 더선데일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과 무비자 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유일하게 무비자 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교역량도 상당하다. 그러나 모드 아지주드딘 모드 사니 우타라말레이시아대 교수는 “무비자 협정을 검토해야 한다”며 “말레이시아가 살인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양국이 서로 불신하면서 비정부 간 교류도 위축되는 모양새다. 현지 매체 더스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축구연맹(FAM)은 다음달 28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예선전 경기 장소를 중립국으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를 하려고 검토 중이다. 다투크 하미딘 모드 아민 FAM 사무총장은 “위험성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만은 말레이시아를 넘어 동남아 전체로 퍼졌다. 김정남 암살 과정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출신 국민들도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반감이 확산됐다. 태국 방콕포스트는 이날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평양 안에서 제한됐던 김씨 일가의 야만적인 살인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까지 번졌다”고 개탄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