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 “음악가는 불확실성의 연속을 이겨내야 한다”

입력 2017-02-21 18:30 수정 2017-02-21 18:32
어느새 서른 문턱에 들어선 피아니스트 김선욱. 그는 21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3~4시간씩 연습하는 등 직장인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월급이나 출퇴근 시간, 주말이 없다는 점에서 직장인과 다르다”고 웃었다. 빈체로 제공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는 너무 낯뜨거워요. 지금의 저는 나이 들어도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꾸준히 살아남고 싶을 뿐입니다.”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를 담은 새 음반 ‘비창, 월광, 열정’ 발매 및 3월 독주회를 앞두고 언론과 만났다. 21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자신의 음악관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올해 한국 나이로 30살이 된 그는 “매년 신동이나 영재로 불리는 콩쿠르 우승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60~70대까지 무대에 남아있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대부분 중간에 사라진다. 긴 시간을 견디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이룬 아티스트에게 우리는 비로소 ‘거장’이라는 명예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60~70대에 거장으로 남으려면 30~40대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애매모호한 나이인 30~40대엔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가며 그저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이 아니라 모든 음악가가 불확실성의 연속을 잘 이겨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새로 발표한 음반과 관련해 베토벤에 대한 그의 애정도 다시 한번 드러냈다. 2006년 리즈콩쿠르 우승 이후 프로 연주자로서 활동해온 그가 유난히 천착해온 작곡가가 바로 베토벤이다. 2009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2012~2013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2013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담은 첫 음반 등 매년 베토벤과 관련한 연주회와 음반 녹음이 빠지지 않는다. 그는 “이번 음반에 대해 주변에서 ‘또 베토벤’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베토벤의 음악은 연주자에게 기본이자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10년간 베토벤을 많이 쳤는데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하나의 겹이 쌓였다고 생각한다. 연륜이라는 것은 결국 그 겹들을 쌓아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그의 일정은 올해도 빡빡하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3월 16~18일 과천·인천·서울애서 열리는 음반 기념 독주회와 함께 11월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과의 독일 가곡 연주회가 눈길을 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 성악 전공하는 친구들의 반주를 맡은 적도 적지 않지만 프로 연주자로서 성악가와의 작업은 처음이다. 피아노 소나타 같은 절대음악과 달리 성악곡은 즉흥성이 많이 요구된다. 성악가의 컨디션에 따라 매번 다른 연주가 나오기 때문이다”며 “가곡의 경우 피아노와 성악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하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미지의 세계지만 연광철 선생님과의 작업에서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휘자에 대한 그의 잠재된 꿈도 다시한번 확인할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휘자에 대한 희망을 밝혀 왔고,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함께 지휘를 공부하기도 했다.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5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 후 앙코르 곡으로 연주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중 ‘그랑 파드되’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 나이들면 지휘자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다. 하지만 피아노와 지휘 커리어를 동시에 쌓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금은 피아노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휘는 기회와 여건만 된다면 즐겁게 도전해보고 싶다. 마침 본머스 심포니에서 다음 시즌에 콘서트 하나를 지휘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