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극동방송(이사장 김장환) 프로그램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공개방송에 출연해 대선 불출마 이유 등 다양한 소회를 나누었다.
21일 오전 진행한 공개방송 녹화에서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 후) 기독교 언론사를 통한 첫 번째 인터뷰"라며 "초등학교 시절 교회에 다녔고 총영사를 하면서 미국의 여러 교회를 방문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임기 전부터 김장환 목사님께서 매년 12월이면 유엔을 방문해 조찬기도회를 인도해 주셨는데, 그렇게 열 두 차례나 방문해 기도해주셨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신천지와 연관 의혹에 대해 그는 “매년 3월 8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 행사에 참석하면 많은 여성 대표들과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을 때 소속이 어디인지, 어떤 분인지 묻고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 그 날도 (신천지) 그 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과 함께 연관 보도가 됐다”고 해명했다.
녹화 중 가족 등 개인적인 근황도 소탈하게 나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10년 동안 경호상의 문제로 자녀들 집에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는 왜 우리 집에 한 번도 안 오시는지' 묻더라. 생각도 정리할 겸 막내딸 부부를 방문하러 케냐에 다녀왔다. 우후루 케타냐 케냐 대통령과 국제 현안을 논의했고 케냐를 방문 중인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협력 방안 등 의견을 교환했다”며 최근 케냐 방문 소식을 전했다.
대선 불출마에 대해 그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하고 싶었다. 유엔 사무총장 당시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정치에 입문했지만, 내 힘 하나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돼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녹화 현장에는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다.
2014년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500회 특집에 출연해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던 이수민 학생(당시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 단장, 17세)이 반 전 사무총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방송에 함께 했다.
이수민 학생은 500회 특집방송 출연 이후 그해 12월 김장환 목사와 함께 유엔을 방문한 바 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당시 유엔을 방문한 이수민 학생을 떠올리며 “사무총장 재임 당시 후임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후보가 13명이었는데 이 중 7명이 여성이었다. 이수민 학생처럼 장래가 유망한 학생들, 특히 여성들이 사무총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유엔 사무총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수민 학생에게 “공직과 인류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남을 위한 삶을 기꺼이 살아야 한다. 예수님의 희생 정신을 닮아야 한다. 국제 사회를 보는 국제관과 어학 실력 또한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 등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도 밝혔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 당시 청소년과 여성을 위한 정책들을 많이 실현하려고 했다. 청소년 담당 특별 대표로 28세 요르단 청년을 임명했는데 당시 젊은 대표가 임명된 것 자체가 파격적 인사였다. 청년들의 고민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다음세대가 보다 밝고, 보다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력이나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녹화 말미에 반 전 사무총장은 “서구의 문명이 기독교의 문명과 함께 성장했다. 우리나라 또한 선교사들의 희생에서 나라가 발전했다. 기독교의 영향력이 큰만큼 종교지도자와 크리스천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끝을 맺었다.
이날 녹화분은 오는 24일 오후 1시 극동방송 라디오 및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된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