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남을 암살한 배후로 지목을 받고 있는 북한 정권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고 있는 주요 탈북인사다.
영국에서 체류했던 지난해 8월 우리나라로 망명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사는 대사 다음의 서열로,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이다.
태 전 공사는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북한 외무성에 배치돼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통역관으로 선발돼 덴마크에서 유학했고, 1993년부터 현지 북한대사관에서 서기관을 지냈다.
북한이 덴마크 주재 대사관을 철수하면서 태 전 공사는 유럽 곳곳을 떠돌았다. 스웨덴에서 잠시 체류한 뒤 유럽연합(EU) 담당 과장을 거쳐 영국 주재 대사관으로 파견됐다. 여기서 10년가량 체류하며 공사로 승진했다.
하지만 태 전 공사가 20년 넘은 유럽 생활에서 결심한 것은 망명이었다. 우리나라로 망명한 뒤 6개월여 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했다. 조용했던 태 전 공사의 망명 생활은 김정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180도 뒤바뀌었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공항에서 여성 2명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암살로 추정되는 피살이다. 배후로 지목된 인물은 이복동생이자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다.
김정남은 2011년 11월 사망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첫 번째 부인 성혜림 사이에서 얻은 장남이다. 김정은이 북한 정권을 잡은 뒤 프랑스 파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해외를 전전했다.
우리 경찰은 태 전 공사 등 주요 탈북인사의 신변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5일 “국내에서 거주 중인 주요 탈북인사들에 대해 신변보호팀을 추가 배치하고 주거지의 방범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요 탈북인사를 ‘가·나·다’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관할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 2명 이상이 24시간 밀착 경호하는 ‘가급’ 탈북인사는 수십명이다. 태 전 공사와 1991년 망명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재직하는 고영환 부원장 등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