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 첼로앙상블 ‘날개’ 날갯짓 멈추나

입력 2017-02-20 16:50 수정 2017-02-20 16:50
밀알복지재단 첼로 앙상블 '날개' 조홍희 단원이 첼로 합주를 통한 자신의 꿈을 적은 메시지를 들고 후원을 호소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음악을 통해 자립의 꿈을 키워왔던 발달장애인들의 첼로 연주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이 발달장애 아동·청소년들의 예술적 재능 발굴과 사회적 자립을 목표로 2012년 창단한 첼로앙상블 ‘날개’ 이야기다. ‘날개’는 창단 이후 사회공헌을 위한 기업들의 후원으로 악기 마련과 레슨비용, 연습실 대관료 등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후원 기업이 사정상 지원을 중단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19일 “지난달 초부터 예비비로 근근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며 “개인 레슨비의 경우 단원의 부모님들이 자비로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합주는커녕 연주 자체가 쉽지 않은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지원에 소극적인 것도 걸림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21명의 단원들은 꿈을 향한 날갯짓을 이어오며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네 번의 정기연주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15년 전국 장애청소년 예술제’에서 장려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엔 ‘전국 장애학생 음악 콩쿠르 금상’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기연주회

최악의 경우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소식에 변화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바라봐왔던 학부모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단원인 첼리스트 차지우(19)군의 어머니 국선영(47)씨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다른 사람의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아이들이 서로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합주를 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에겐 무대 위 음악, 각종 콩쿠르의 수상 소식이 감동을 줄지 모르지만 부모들에겐 전에 볼 수 없었던 사회성 발달, 책임감 등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더 큰 감격을 준다”고 전했다.

밀알복지재단은 홈페이지(miral.org)를 통해 ‘날개’의 활동재개를 위한 모금 캠페인을 펼치면서 지속적으로 후원해 줄 기업을 찾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에 ‘날개, 다시 꾸는 꿈’을 연재하며 레슨비, 대관료, 정기연주회 비용 마련을 위한 후원을 요청하고 있다. 해당 페이지엔 ‘더 많은 이에게 알려져 아이들이 기회를 얻게 되길 바란다’ ‘아이들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올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 등 후원자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