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당 훼손 사건' 사과글 올리고 모금활동한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 파면 논란

입력 2017-02-20 13:48 수정 2017-02-20 17:03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왼쪽 세번째) 등 해직교수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모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가 불상 훼손 사건을 대신 사과하고 보상을 위한 모금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파면을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기독대(총장 이강평)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1월 중순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에 밤늦게 들어가 불상 등 물품을 부순 60대 남성 기독교인을 대신해 사과하고 법당 복구 모금활동을 한 신학전문대학원 손원영(52·예술목회연구원 원장) 교수를 파면했다.

손 교수의 파면 사유는 그리스도의교회 신앙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은 언행과 약속한 사항에 대한 불이행 위반 등이다. 개운사에 따르면 재산피해 금액은 약 1억원이다. 비구니인 이 사찰의 주지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 소식을 접한 손 교수는 당시 심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가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 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손 교수는 이날 학교 측의 파면 결정이 부당하다고 밝혔다.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사랑과 평화의 종교인 기독교가 어떻게 폭력과 증오의 종교로 변질될 수 있는가’ 등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평소 ‘실천'(praxis)을 강조하는 기독교교육학 교수로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서를 구하는 글을 남겼다. 또 몇몇 지인과 ‘법당복구를 위한 모금활동’을 펼쳐 100여명에게 260여 만원을 모았다.

그러자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회장 신조광 목사)는 학교 측에 손 교수의 신앙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또 서울기독대 총동문회(회장 신동식 목사)도 공문을 통해 손 교수의 개운사 법당 복구비 모금활동 조사를 촉구했다.

징계요구 결의서에 따르면 손 교수의 파면 사유는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의 신앙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은 언행과 약속한 사항에 대한 불이행 등 성실성 위반'이다.

이와 관련, 대학 관계자는 “모금운동만을 이유로 삼아 파면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사안에서 건학 이념을 지키지 않아 성실의무 위반으로 파면이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교수는 20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사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부당한 징계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학교당국이 ‘우상숭배’ 운운하며 파면한 행위는 학문의 전당이자 양심의 보고인 대학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는 헌법상 학문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우리사회에 ‘종교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국민 여러분께 알리고, 또 기독교는 결코 테러나 폭력의 종교가 아니라, 사랑과 평화의 종교라는 점을 다시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강사를 포함해 23년간 서울기독대에서 재직했으며, 교무연구처장과 신학전문대학원장, 초대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