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황태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운명이 내일 결정됩니다. 서울중앙지법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21일 오전에 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에서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실세였던 그가 영어(囹圄·감옥)의 몸이 될지 여부가 내일 결정되는 것입니다. 특별검사팀은 앞서 19일 저녁 우 전 수석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놓을까요. 공식 수사 62일째(2월 20일 월요일)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 마지막 승부수=서울중앙지법은 우 전 수석 영장실질심사를 21일 오전 10시30분에 연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심리는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의해 진행됩니다. 만 48세의 오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6기로 직전에 수원지법에서 근무하다 오늘부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을 맡게 됐습니다. 우 전 수석 구속 여부는 21일 밤늦게 또는 22일 새벽에 결정됩니다. 오 부장판사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앞서 특검팀이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19일 저녁 7시를 넘겨서였습니다. 그를 18일 오전 10시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9시간 밤샘조사를 하고 19일 새벽 4시40분쯤 귀가시킨 뒤 약 15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법률미꾸라지’인 우 전 수석을 상대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죠.
법률 전문가인 우 전 수석은 사실 이번 특검의 최대 난제였습니다. 그런데 하루도 되지 않아 구속영장을 친 걸 보면 그만큼 특검팀의 사전 조사가 탄탄히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특검팀은 그에게 직권남용,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국회 청문회 불출석) 등 4개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했을 뿐 아니라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하고 특별감찰관실 해체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을 좌천시킨 인사에 개입한 의혹도 있습니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은 지난달 9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우 전 수석은 앞서 소환됐을 때 취재진 질문에 ‘최순실씨를 모른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제기된 의혹들을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19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 귀가할 때도 마찬가지 입장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특검팀은 정면 승부를 택했습니다. 매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하던 특검팀이 일요일인 19일에는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하지 않고 수뇌부 회의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한편 특별감찰관실 해체와 관련, 지난주 서울행정법원은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표 수리와 함께 당연퇴직됐던 차정현 감찰담당과장(특별감찰관 직무대행) 등 감찰담당관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감찰담당관의 퇴직 사유로 규정된 특별감찰관의 ‘임기만료’에는 ‘의원면직’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로써 차 과장 등은 본안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감찰담당관 지위를 인정받게 됐습니다. 물론 본안 판결이 나와 봐야 하겠지만 이는 당시 특별감찰관실 해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구속된 이재용 연 이틀 소환조사=특검팀은 17일 구속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8일과 19일 연 이틀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18일에는 오후 2시에 소환돼 8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데 이어 19일에는 오전 9시40분쯤 출석해 20일 새벽 0시를 조금 넘겨서까지 14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갔습니다. 소환 때는 수의 대신 사복차림으로 나왔습니다. 취재진의 여러 가지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검팀에 따르면 혐의를 줄곧 부인했던 이 부회장의 진술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합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