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이용훈, 소프라노 홍혜경, 베이스 연광철, 소프라노 캐슬린 김, 테너 강요셉. 2017-2018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에 주역으로 출연하는 한국 성악가들이다. 메트에서 한국 성악가들이 한 시즌에 5명이 주역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인 편이다. 최근의 경우 대개 3~4명이 주역으로 출연해 왔다.
다만 앞서 2015-2016시즌에도 홍혜경, 이용훈, 연광철, 캐슬린 김, 베이스바리톤 심기환 등 5명이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게다가 시즌 도중 바리톤 윤형이 대타로 출연하면서 한국인 성악가 6명이 주역으로 출연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세계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메트가 지난 15일(현지시간) 2017-2018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홈그라운드인 링컨센터의 50주년이기도 한 이번 시즌 메트는 9월 25일 개막작인 벨리니의 ‘노르마’(카를로 리지 지휘, 데이비드 맥비커 연출)를 시작으로 26개 작품을 220회 공연한다. 이 가운데 5개의 메트 초연은 3개의 신작과 1개의 공동제작, 1개의 외부 걸작 프로덕션이다. 26개 작품(메트 초연 6개)을 225회 공연하고 있는 2016-2017시즌보다 약간 줄었다.
메트는 최근 작품성 부족과 흥행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에 비해 다음 시즌 작품 수와 전체 공연횟수가 다소 준 것은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트는 여전히 세계적인 성악가, 지휘자, 연출가 등을 빨아들이는 오페라의 중심지다.
메트는 매년 2월 다음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지휘자, 연출가 등 스태프와 함께 작품별 주역들을 공개한다. 이번에 이름을 올린 한국 성악가들 5명 가운데 강요셉만 메트 데뷔이고, 나머지 4명은 메트 단골이다.
강요셉은 ‘호프만의 이야기’(9월 26일~10월 28일)의 호프만 역으로 가장 먼저 무대에 선다. 인기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와 함께 더블 캐스팅돼 9회 공연 가운데 1회만 출연한다. 강요셉이 그동안 유럽에서 주가를 올리긴 했지만 메트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만큼 일종의 테스트 성격을 띤다. 강요셉이 성공적인 데뷔를 할 경우 다음 시즌부터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트의 안방마님’ 홍혜경은 이번 시즌에도 ‘투란도트’(10월 12일~4월 5일)의 류 역으로 2회 출연한다. 홍혜경은 1984년 한국인 최초로 메트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21개 배역으로 371회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메트로부터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이용훈은 ‘일 트로바토레’(2017년 1월 22일~2월 15일)의 만리코 역으로 8회 공연 전부를 소화한다. 연광철은 이 작품에서 페란도 역으로 4회 출연하는 한편 ‘로미오와 줄리엣’(4월 23일~5월 12일) 로랑 신부 역으로 6회 공연 전부에 나선다. 또 캐슬린 김은 ‘신데렐라’(4월 12일~5월 11일)의 요정 역으로 8회 공연 전부를 소화한다.
메트는 시즌이 시작되는 9월에는 주역만이 아니라 조역, 커버(대기조), 언더(배역 준비조)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만큼 다음 시즌 조역 등까지 포함하면 한국인 성악가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했던 소프라노 박혜상의 경우 메트 영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만큼 출연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라노 캐슬린 김은 “한국 성악가들의 기량이 뛰어난 만큼 메트에 출연하는 성악가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