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회를 치른 평창겨울음악제가 아쉽게도 내년 3회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평창겨울음악제가 문화올림픽을 표방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특구사업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 특구사업은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폐막과 함께 끝나는 한시적 사업이다.
평창겨울음악제를 주최하는 강원문화재단 관계자는 18일 “평창겨울음악제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겨울축제로 만들어졌다. 평창겨울음악제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존속되려면 국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금)를 신청할 수 있는 강원도의 대표적 공연예술축제여야 한다. 도민의 지지가 높을 경우 강원도가 평창겨울음악제를 지원 리스트에 올릴 수 있지만, 평창겨울음악제가 시작한지 얼마 안돼 자리를 잡지 못한 데다 클래식과 재즈를 표방하는 축제라는 점에서 그다지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며 “하지만 여름에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경우 올림픽 이후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개최될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평창겨울음악제는 내년엔 개최 시기와 장소도 불분명하다. 지난해(2월 25~28일)와 올해(2월 15~19일)처럼 2월 중하순 음악회가 열리던 알펜시아 콘서트홀이 평창올림픽 기간과 맞물려 IOC의 시설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림픽 개막(2월 9일) 전인 1월 중하순으로 축제를 앞당겨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여는 방안, 2월 말 강릉 올림픽아트센터에서 여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올림픽 기간 동안 다양한 문화행사의 중심이 될 강릉 올림픽아트센터의 경우에도 1월 15일부터 2월 7일까지는 IOC총회가 열리는 등 IOC조직위가 사용할 예정이다. 12월 중순 개관할 예정인 강릉 올림픽아트센터에서는 아직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 국립 예술단체도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 평창겨울음악제가 먼저 날짜를 확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 아티스트 초청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알펜시아 콘서트홀과 강릉 올림픽아트센터 모두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엔 서울을 비롯한 지역 도시를 순회하며 연주회를 가지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2004년 만든 평창대관령음악제도 자리잡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평창이 올림픽 유치를 삼수한 덕분에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면서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을 표방하는 평창겨울음악제에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지면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소치 겨울 국제 예술축제(Winter International Arts Festival in Sochi)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소치 겨울 국제 예술축제는 2007년 7월 소치가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지 몇 달 뒤인 2008년 2월 제1회가 개최됐다.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 비올리스트 유리 바쉬메트가 예술감독을 맡아 지금도 이끌고 있다.
2월 중후반 열흘간 열리는 축제는 클래식 콘서트가 주를 이루지만 오페라와 발레가 전막과 갈라 형태로 포함돼 있다. 또 재즈, 록음악, 민속음악 등도 클래식과 함께 연주된다.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엔 ‘한국 문화주간’을 기획해 국립무용단, 국악그룹 비빙 등을 초청하기도 했다.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소치 겨울 국제 예술축제는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 올해 10회(2월 17~26일)를 맞이했다. 특히 10주년을 맞아 페스티벌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해 기악, 성악, 작곡 분야의 아카데미도 함께 치르기로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