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종결 위해 수사기간 연장해야
다른 재벌의 뇌물수수도 파헤쳐야
433억원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재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 17일 새벽 구속된 뒤 18일에 이어 19일에도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상대로 이틀째 소환조사를 강행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검팀 수사, 법원 재판 과정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국정농단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팀 대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공범들’이 무더기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 마당에 수사의 최종 종착지인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수사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성사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당시에도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하고도 결국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특검팀 수사를 받겠다고 해놓고도 정작 수사에 응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박 대통령은 이유를 불문하고 특검팀 대면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은 특검 대면조사에 아무 조건 없이 즉각 응해야 옳다. 그것이 국민과 역사 앞에 대통령직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를 다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검팀의 수사기간도 연장될 필요가 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대기업들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삼성그룹 수사에 올인해 왔다. 다른 대기업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시간도 여력도 부족했다. 박 대통령과 SK·롯데·CJ 등 다른 재벌과의 정경유착 여부도 특검팀이 파헤쳐야 한다고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특검팀 수사를 통해 정권과 재벌의 유착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다. 특검팀은 그동안 수사를 질질 끌어오지 않았다. 사실상 설 연휴도 반납하고 시간을 쪼개면서 수사의 가속 페달을 밟았지만 수사 대상은 많고, 수사기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뿐이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인용으로 결정될 경우를 우려해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野) 4당이 19일 원내대표 모임을 갖고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조속히 수용하라고 황 권한대행에게 촉구한 것도 특검 수사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수사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야 4당은 오는 21일까지 황 권한대행이 특검팀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23일 국회 차원에서 특검법 연장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특검법 연장안에 반대하고 있어 실제로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황 권한대행은 불확실성을 키우지 말고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특검팀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해야 한다. 국회가 지난해 특검법안을 통과시키고, 국민 대다수가 특검팀을 성원하는 것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파악하고 범법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의지의 표현임을 황 권한대행은 명심해야 한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오직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박영수 특검팀이 입증할 수 있도록 수사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