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두고 올림픽 붐 조성 및 한국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문화올림픽’이 본격 가동됐다. 공연 분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 ‘마술피리’다.
지난 1월 초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발표된 ‘마술피리’는 예산 25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이벤트다. 당초 7월 평창 스키점프대 앞 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운동장 사용 우선권이 있는 스포츠 단체와 일정 조정이 잘 안된데다 관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 때문에 8월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지휘는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연출은 영국 웨일스 국립오페라 예술감독인 데이빗 파운트니가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감독은 프랑스 바스티유,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이탈리아 라 스칼라 등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을 만큼 오페라 지휘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정명훈과의 계약이 마무리 되는대로 성악가 캐스팅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파운트니는 저명한 오페라 연출가 가운데 한 명이다.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인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2013~2014년 ‘마술피리’를 연출한 바 있다. 색채감이 뛰어났던 파운트니의 ‘마술피리’는 매년 여름 한 달간 오스트리아 보덴 호수에서 펼쳐지는 브레겐츠 페스티벌 역사상 가장 관객이 많이 든 작품이다. 파운트니와 최종 계약을 조율중인 국립오페라단은 여의치 않을 경우 양정웅 서재형 등 국내 연출가에게 맡기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당초 평창올림픽 기념사업으로 야외오페라 ‘마술피리’와 함께 창작오페라 제작에 10억원의 예산을 책정받았다. 다만 창작오페라의 경우 단시간에 개발이 어려운만큼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곡가 3~4명에게 작품을 위촉하는 등 3개년에 걸쳐 개발하기로 했다.
한편 평창올림픽을 기념해 문체부와 국립오페라단이 기획한 ‘마술피리’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의 대규모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1회성 이벤트에 소요되는 비용이 과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야외오페라가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였던 것도 논란을 부채질한다. 2003년 중국 감독 장이머우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연출한 ‘투란도트’ 이후 한동안 운동장 오페라 붐이 불었다. 이후 ‘아이다’(2003년 상암월드컵경기장), ‘카르멘’(2004년 잠실운동장) ‘라보엠’(2012년 연세대 노천극장) 등이 무대에 올랐다. 제작비 수십억 원을 들인 이들 오페라는 흥행에 참패하거나 각종 송사에 휘말리는 등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라보엠’의 경우 흥행 부진에 태풍까지 겹치는 불운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만 이번 ‘마술피리’는 흥행을 노린 이전의 야외오페라와 달리 많은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티켓 값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무료 관객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한국 성악가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요즘 오페라를 대중화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88서울올림픽 문화축전 가운데 가장 큰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 주최한 라스칼라 극장 오페라 ‘투란도트’ 내한공연이었다. 당시 45억원의 예산이 든 이 공연은 한국에서 오페라를 이탈리아어 등 원어로 공연하고 자막을 도입하는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또한 대중에게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한국의 오페라 발전에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창올림픽 기념 ‘마술피리’가 과연 야외오페라의 저주를 벗고 한국 오페라의 발전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