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34)가 18일(이하 현지시간)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그가 출연한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민희를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으로 이끈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다.
김민희는 이 작품에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 '영희'를 연기했다. 유부남인 홍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 당사자인 김민희와 상황이 비슷한 인물의 배역을 맡은 셈이다.
해외 언론 역시 상당수가 이 작품을 김민희와 홍 감독의 실제 관계와 연결지어 보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은 이 작품이 감독 자신의 이야기 아니냐고 질문을 쏟아냈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이 작품이 자전적인 영화는 아니다"라면서도 "모든 감독은 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나는 영화에 내 삶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홍 감독이 자신과 불륜 관계에 있는 김민희를 캐스팅해 남자와 여자의 삶에서 사랑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그의 주제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는 "홍 감독이 사랑과 외로움을 김민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영화 속 영희는 유부남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하고 고민하면서도 그 관계를 끊지 못하고 감정을 발전시킨다. 끊임없이 이 관계의 방향과 그 주변 상황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김민희는 '영희'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묻자 "가장 중요한 건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모습"이라며 "가짜가 아니고 환상이 아닌,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인 만큼 (이 작품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희는 또 "상업적인 영화를 하는 건 내게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했다. 향후 자신의 연기 방향을 암시하는 듯한 언급이다. 홍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로 대중적인 작품 활동에 제약이 있는 만큼 작가주의 감독이나 해외 감독과 작업할 가능성이 높아진데 따른 설명으로 해석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다음 달 중 국내 개봉 예정이다. 국내에서 개봉이 되면 두 사람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한바탕 더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