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16차 촛불집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지 하루만에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 100여곳에서 일제히 열렸다. 보수단체도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며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8일 오후 4시30분 ‘탄핵 지연 어림없다!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특검연장·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 개회를 선언했다. 삼성 이 부회장이 구속된 뒤 처음 열린 촛불집회인 만큼 재벌개혁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퇴진행동 측은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라며 “이제 단죄의 문지방을 넘어섯다. 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이 부회장은 17일 최순실 일가에 430억여원대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위원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시민 자유발언과 각종 공연 그리고 소등 퍼포먼스 등이 펼쳐진다. 거리행진은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하고 오후 8시50분부터 9시20분까지는 광화문광장 북단에서 대동한마당 무대 공연이 이어진다.
행진 코스는 여섯 줄기로 나뉜다.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청와대 포위’ 행진은 청운동길, 효자동길, 삼청동길에서 이뤄진다. ‘헌법재판소 2월 탄핵 촉구’ 행진은 안국역 1번 출구, 안국역 4번 출구 등에서 시작한다. ‘재벌총수 구속 촉구’ 행진은 종로 SK 서린빌딩 앞에서 출발한다. 서린빌딩 앞에서는 ‘이재용도 구속됐다! 뇌물죄 다른 재벌총수도 구속하라!'는 이름으로 시민 항의 발언과 각종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퇴진행동은 본 집회에 앞서 오후 1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2017 대한민국, 꽃길을 부탁해' 시민대토론회도 열었다. 여기서 모인 의견은 참가자 약 50명으로 구성된 ‘성안위원회'가 직접 다듬고 정리해 3월 중 촛불집회에서 촛불권리선언으로 발표될 계획이다.
이번 촛불집회는 오는 25일 ‘서울 집중 집회’로 개최될 제 17차 범국민대회를 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퇴진행동 남정수 공동대변인은 “25일 서울 집중 집회는 6차와 비슷한 규모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일에 열린 6차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전국 기준 232만명이 참여했다.
보수단체도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내걸고 총력전을 펼쳤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가자! 대한문으로' 제13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탄기국은 오후 3시30분 1부 행사를 시작으로 오후 4시부터 대한문에서 남대문, 한국은행, 명동,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다시 대한문에 도착하는 코스로 행진했다. 탄기국은 오후 4시 기준으로 25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보수단체 집회에는 친박(친박근혜)인사인 자유한국당 김진태·윤상현·조원진·전희경 의원 등도 참석해 박 대통령 탄핵 기각 여론전을 벌였다. 탄핵 인용시 조기 대선에 대비해 보수지지층 결집에도 주력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